한동훈 컨벤션 효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쇄신이냐, 현실 안주냐 갈림길 선 이재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3.1%포인트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시적인 ‘한동훈 컨벤션 효과’로 여기지만, 당 내에서는 이대로 쇄신 무풍지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의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정치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혁신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 21~22일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2월 3주차 주간 동향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3.1%포인트 떨어진 41.6%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보다 2.3%포인트 오른 39.0%를 기록했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8%포인트에서 오차범위 내인 2.6%포인트로 좁혀졌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지명한데 따른 컨벤션 효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당 지지율 관련 질문을 받고 “역대 모든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면 초기에 기대 심리가 (지지율에) 반영된다”며 “임명 이후 (국민의힘이) 얼마나 혁신하느냐가 지지율의 관건이고 지금 예단하기는 섣부르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장관을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 ‘김건희 여사 호위무사’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모색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동훈이 윤석열을 밟고 이겨야 지지율 모멘텀이 될 수 있고, 정권 심판론을 딛고 정권 밀어주기 여론이 형성될 텐데 이게 가능한가”라며 “한동훈은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자유한국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황교안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 전 장관이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여당의 실책에만 기대는 반사이익 정치에 안주하다가 내부 혁신에 소홀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18일 구속되자 “탈당한 개인이라 공식 입장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 의원들의 당내 민주주의 회복과 팬덤정치 청산 등 혁신 요구에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는 본인을 중심으로 당이 뭉치기만 하면 정권심판론이 커져서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고 생각하기에 모든 변화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자체 리스크도 적지 않다. 특히 도덕성 문제·사법 리스크가 있는 정치인들의 ‘공천 리스크’ 관리가 최대 당면 과제다. 민주당은 ‘이종찬 고문치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의찬 이 대표 특별보좌역의 총선 출마 자격을 적격으로 판정됐다가 관련 전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15일 결정을 뒤집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인들 공천 여부도 이 대표에게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 대표 본인도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가 ‘검찰의 정치탄압’이라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검사 대 피의자’ 프레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팬덤정치 리스크’도 무당층 흡수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사건, 최강욱 전 의원 ‘짤짤이’ 발언 사건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성 지지자들이 논란이 된 정치인들을 옹호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는 이날 현재 ‘보복 운전’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와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친이재명(친명)계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의 구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강경파 정치인들이 팬덤층들에게 호응하는 과정에서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최 전 의원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암컷이 설친다”고 발언했다가 당 지도부의 엄중 경고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 분열 리스크’도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낙연 신당’이라는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단합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해왔다. 이 대표가 통합과 혁신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당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통합과 혁신에 대한) 더 디테일하고 과감한 본인의 플랜을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처럼 내부 갈등에 대한) 현상 관리에 그치면 혁신을 거부하고 분열을 방치하는 것으로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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