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앞세운 ‘789 비대위’는 무너진 ‘청년 혁신위’와 다를까

조문희 기자 2023. 12. 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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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789’ 기수론이 떠올랐다. 1970·80·90년대생 젊은 세대를 앞세워 당 비상상황을 돌파하고 총선 승리를 도모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젊음’을 열쇠로 혁신의 문을 열어보려 했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열쇠가 먼저 부러지며 흐지부지됐다. 비대위 구성이란 형식 너머,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이후 국민의힘 내에선 789 세대론을 혁신 키워드로 언급하는 이들이 늘었다. 73년생, 만 50세인 한 전 장관과 함께 70년 이후 출생자로 비대위를 채우자는 주장이다.

하태경 의원이 한 전 장관 지명 바로 다음날인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86정당 더불어민주당을 국민의힘 789세대가 심판하자” “우리 당의 혁신, 환골탈태를 위해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의 세대교체를 건의한다”고 말한 이후의 현상이다. 586세대는 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줄임말로, 학생운동 이력을 지닌 현 민주당 주류 인사들을 뜻한다.

‘789 비대위’는 외견상 새로운 이미지를 주고 민주당과 차별성도 강조할 수 있다.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이 내년 총선 승리 밑바탕이란 점도 지도부 구성 변화를 요구하는 논리가 됐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한 전 장관 지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청년층이나 중도, 수도권 등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는 분을 중심으로 진용을 갖추는 게 좋겠다”고 말한 맥락이다. 이때문에 30대 의원은 0명, 40대는 8명인 국민의힘 현역 의원 분포상 비대위원 다수가 ‘원외’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면 확실하게 (민주당과) 대비되는 쇄신의 선점효과, 이런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위 평균 연령대를 낮추는 것만으로 당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성과 없이 마무리된 인요한 혁신위는 참조할 만한 선례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이후 당 위기 주장이 왁자지껄한 가운데 혁신을 목표로 도입됐다는 점에서 이번 비대위 구성 계기와 다르지 않다. 구성도 12명 혁신위원 중 6명이 청년(만 45세 미만)으로 역대 당 핵심 조직 가운데 가장 젊다는 평을 받았고, 여성이 이례적으로 과반수(7명)를 차지해 주목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스스로 지난 10월26일 혁신위 구성을 발표하면서 “여성, 청년, (그리고) 당과 관계없는 외부인사를 많이 배려했다”고 표현한 인선이다. 박우진 혁신위원은 2000년생 경북대 재학생이었다.

그런 혁신위가 붕괴한 데엔 인 위원장의 ‘꼰대’ 이미지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준석이”라고 표현하고 “(그가) 도덕없는 건 부모 잘못”이라고 평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혁신위 이미지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혁신 이유를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서 찾은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나라님”으로 표현해 ‘수직적 당정관계’ 개혁 요구를 무색하게 만든 것도 혁신위 동력 상실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작 젊은 혁신위원들은 인 위원장에게 묻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존재감을 잃었다. 이후 일부 혁신위원들이 혁신위 단체 채팅방을 나가는 방식으로 항의하면서 혁신위 위기론이 비등했다. 같은 이유로 한동훈 비대위 역시 젊은 원외 인사를 비대위원으로 선임하더라도 간판인 한 전 장관의 역할과 이미지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비대위원들이 자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89 비대위’가 여당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직적 당정관계 재조정이 필수다. 여당에서도 비윤석열계 인사들은 꾸준히 “윤 대통령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아바타’로 불리는 한 전 장관이 여론에 귀기울이며 윤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당장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예정인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법에 대해 한 전 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된다.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면 비대위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앞에 전국위원회 소집 공고문이 붙어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한 국민의힘은 26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 지명자 임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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