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차별’ 이리 심해도 직장은 무풍지대?, 해법은 ‘첩첩산중’.. “이러니 악순환만 반복”

제주방송 김지훈 2023. 12. 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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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4명↑“괴롭힘’ 등 가장 문제”
여성,3·40대, 평사원 등 “관심 많아”
직장 자체 고충 해결엔 “부정적” 89%
내부 고충처리제 활용도 10%선 그쳐


# “정직원에게 폭행 당해 전치 4주 진단이 나왔지만, 정작 회사에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저만 끙끙 않고 있습니다”(수습사원 B씨)
# “한 달 정해진 매출을 맞추지 못하면 지점장은 ‘무슨 정신으로 사느냐’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욕을 퍼붓고, 몇몇은 뺨을 맞거나 목이 졸리는 등 폭행당했습니다”(영업사원 A씨)
# “매일같이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 상사를 국민권익위원회 신고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았는데, 회사에선 따돌림을 당해 퇴사해야 했습니다” (중소기업 직원 C씨)
# “폭언을 일삼고 따돌림을 주도하는 상사를 인사총무팀에 신고했지만 회사 조치가 없길래,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괴롭힘’ 인정받았지만 회사에선 ‘무서운 놈’이란 낙인 찍혔습니다”(중견기업 직원 D씨)

그저 학교,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어른들 사이, 직장내 괴롭힘 수법은 더 주도면밀하고 은밀해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매년 신고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19년 2,130건에서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지난해 8,961건으로 급증세를 보였고, 올해만 해도 지난달말까지 신고 건수만 8,800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사실 신고 건수가 늘어난다는 건 현장 직장인, 근로자들의 ‘당하고 있다’는 스스로 인식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해, 각종 직장인 커뮤니티나 포털 게시판 등에도 직장 내 따돌림이나 괴롭힘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이슈화되는게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들이 전혀 직장 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있습니다.
직장 내 자체 해결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괴롭힘’이 꼽혔는데 10명 중 9명, 사실상 대부분 응답자가 ‘괴롭힘’이나 ‘성희롱’ ‘따돌림’ 등 직장 내 고충이 내부적으로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 따돌림 등 ‘괴롭힘’이 가장 문제.. 자체 해결 “어렵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오늘(2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분쟁해결 가이드북 ‘조정과 심판’ 겨울호를 발간했습니다. 이번 호 주제는 ‘직장 내 고충의 실태와 해법’으로 최근 들어 직장 내 괴롭힘, 차별, 성희롱이나 부당한 직무 부여 등 고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데 따라 중노위가 분석한 설문조사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설문조사는 대상을 두 부류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중노위 소속 위원(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조사관, 또 한 쪽은 일반인으로 조사는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졌습니다. 질문은 3개의 공통 질문과 7개의 개별 질문으로 구성했습니다.

주요 결과만 보면, 직장생활의 고충이 직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비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중노위가 노동위원회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과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일반인 1,0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9.4%가 ‘내부 고충처리제도 잘 모르거나 없고, 있어도 활용도가 낮다’고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반면 ‘잘 처리 된다’는 긍정적 응답은 10.6%에 그쳤습니다.

조사 대상자 성별로는 남성 46.6%, 여성 53.4%를 차지했습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40.2%로 가장 많고 50대 24.6%, 40대 20.9%, 60대 이상 14.2% 순이었습니다.

직위별로 평사원 직장인 5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관리자급 직장인 23.9%, 사업주 11.5%였습니다.

즉, 여성과 3·40대 그리고 평사원급 직장인이 괴롭힘 등 직장내 고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체 해결이 어려운 고충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일반인과 위원·조사관 모두 10명 중 4명 이상이 ‘따돌림’ 등 괴롭힘을 선택했습니다. ‘따돌림 등 괴롭힘’이라는 답이 41.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일반인과 위원·조사관 모두 ‘외부 전문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62.1%)고 답했습니다.

또한 ‘차별적 처우’(일반인 32.6%, 위원·조사관 40.4%)도 좀처럼 풀기 힘든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다만 노사위원과 평사원 직장인의 경우에는, 다른 직위와 달리 ‘차별적 처우’(37.9%)가 ‘따돌림’ 등 ‘괴롭힘’(35.7%)보다 더 해결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 ‘공정성’ 가장 요구.. 내부 고충 처리 “있으나 마나”

고충처리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아 ‘공정한 고충처리 과정’(30.8%)에 가장 많은 답이 몰렸습니다. 이어 ‘고충신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25.2%), ‘고충처리 담당자의 전문성’(21.2%), ‘신속한 고충 해결’(20.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적으로 보면, 여성과 3·40대는 ‘신속성’을, 남성과 5‧60대 그리고 사업주는 ‘전문성’을 중시했습니다.

이처럼 직장 내 고충이 많아지고 다양해진 원인에 대해선 ‘근로자 권리 의식 향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5.7%로 가장 높았고, 37.5%는 ‘일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꼽았습니다. 다음은 ‘고충 관련 법·제도 도입’(10.4%), ‘직장 이동이 빈번해짐’(2.1%) 등으로 답했습니다.

직장생활의 고충은 많아졌지만 직장 내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비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 고충의 신고나 처리 결과통보에 대한 제도가 있는지' 물어보니 2명 중 1명은 '있다'고 답했지만, 직장 내 고충이 회사 내부 제도를 통해 잘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응답자 5명 중 1명(19%)만 동의하는데 그쳤습니다. 사실상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90%)이란 얘기입니다.

■ 10명 중 7명 ‘원만한 해결’ 필요.. 노동위 ‘인력·시간 부족’ 문제

때문에 일반인들은 민간 전문가가 직장 내 고충 해결에 나설 경우 ‘공정한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지원’(44%)'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직장 내 고충 해결을 외부 전문가가 돕는다면, 위원·조사관의 60.0%, 일반인의 63.2%가 공정한 조정을 통한 합리적인 합의안 마련을 지원하거나 고충 해결 방안을 최종 결정하는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에 대해선 응답자 75.6%가 공감했습니다. 갈등보다 원만한 해결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연령대와 직위가 오를 수록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노동위원회가 직장 내 고충 해결을 지원하는 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음에 대해 ‘인력과 시간 부족’(64.5%)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법‧제도의 미비’(17.1%), ‘전문성 부족’(16.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 “선 넘으면 괴롭힘”.. 업무 지시 등 ‘경계’ 명확해야

또한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가이드북엔 직장 내 괴롭힘 대응법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업무상 적정 선을 넘는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리됐는데, 직장 상사는 업무상 지시를 할 수 있는 경계가 있고, 이 경계를 넘어서게 되면 ‘위계를 이용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불어 상사 뿐만 아니라, 하급자라 해도 관계에 있어 우위를 점하며 하급자로서 경계를 넘어선 행위에 나설 때도 ‘괴롭힘’이라 규정했습니다. 때문에 이같은 직장 내 괴롭힘의 요인인 ‘선을 넘는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선 ’일방통행‘식 태도를 지양하는게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이를 위해 상급자는 행동하기 전, 상대방의 수용 범위 즉 ‘적정 선’을 파악하고 그 입장을 감안해 업무 지시를 내리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하급자 역시 자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신호로 보내며 동시에 경계를 침범당했을 때는 분명하게 상대편이 알 수 있도록 불편함을 표현하는게 현명한 대처라 설명했습니다.

다만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며 당시 상황과 제 감정을 사실대로 전달하되, 돌려서 말해 섣부른 오해를 키워선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중노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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