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경쟁·역내 공급망강화…주요국 힘겨루기에 산업'통상' 역할은

세종=김훈남 기자 2023. 12. 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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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머니S

한국 경제를 둘러싼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 경제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유럽 지역도 역내 산업과 공급망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가경제에 수출 비중이 크고 중국과 미국을 제1·2교역국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빠르게 변하는 주요국 통상정책에 얼마나 제대로 대응하지는 지가 수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24년부터 주요산업분야의 레거시(구형) 반도체 현황을 조사한다. 방산과 자동차, 통신 등 산업분야의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레거시 반도체 사용 현황 및 조달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 반도체법(칩스법) 등으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입 통제가 강화된 이후 중국산 제품 무게추가 메모리 등 구형 반도체로 쏠리자 추가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시장에 5~7㎚(나노미터)급 프로세서를 내놓자 추가 반도체 제재에 착수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가 지난 15일과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45X)·청정수소 생산세액공제(45V) 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 역시 미국 내 반도체·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산 제품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세액공제(보조금)와 기술현황조사 등에 나섰다면 중국은 자원을 무기 삼는다. 중국은 올해 8월 반도체 생산 과정의 필수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고 이달 들어서는 흑연을 수출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어 중국 상무부·과학기술부는 21일(현지시간) '중국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수정 발표하고 희토류의 채굴, 선광, 제련기술을 수출금지 목록에 포함했다. 희토류를 추출하고 분류하는 기술에 대해 수출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자국 첨단기술 보호를 위해 2020년부터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발표해왔는데 희토류 기술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출 금지 목록 수정이 미국의 계속되는 중국경제 견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희토류 추출·정제 기술에 이어 제품까지 수출 통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교역대상 1·2위인 중국과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의 역내 산업·공급망 강화 움직임도 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선정 기준을 통해 유럽 역내 생산 제품과 나머지 제품에 대해 차별적 보조금 기준을 설정했다.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까지 고려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이유지만 이 경우 유럽 외 지역 생산제품은 보조금에서 제외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기아차 '니로EV'도 같은 이유로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전기차 보조금 외에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CSDDD(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 등 환경과 노동을 둘러싼 유럽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중국 패권경쟁과 유럽발 무역장벽에 대해 "현재로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IRA 보조금 가이던스의 경우 현지 우리기업의 사업기회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의 구형 반도체 조사 지침에 대해선 정부간 협의로 원만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중국의 희토류 기술 통제 등 반격조치 역시 공급망 차질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만 미중간 무역분쟁과 유럽의 역내 공급망 강화 기조가 우리나라 수출 증감에 영향을 주는 만큼 그에 따른 통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의 후임으로 전통적인 1·2차관이나 관료 출신이 아닌 통상교섭본부장인 안덕근 후보자가 지명된 것 역시 이후 세계 경제의 통상현안 대응이 수출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라는 해석도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최근 통상 이슈는 기업활동과 구분해서 판단할 수 없는 만큼 통상교섭본부장의 장관 발탁도 납득을 할 수 있다"며 "안덕근 후보자가 취임하면 통상 현안을 중심으로 수출경쟁력 강화 등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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