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윳값이나 등윳값이나" 등유의 배신과 저소득층의 한탄 [視리즈]
유류세 인하조치의 함정 2편
휘발유ㆍ경유보다 더 오른 등유
경유와의 가격 차이 고작 8.4%
저소득층 난방연료 등유의 급등
유류세 인하조치 대상서 빠진 등유
저소득층 위한 추가 대책 필요해
#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노인ㆍ영유아ㆍ장애인ㆍ임산부ㆍ한부모 가족 등 에너지취약계층에 냉ㆍ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정부는 지난 1월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기존보다 두배 끌어올린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취약계층의 힘겨울 겨울살이를 돕겠다는 취지다.
# 그런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조치를 다시 한번 연장했다. 2021년 11월 이후 일곱번째 연장이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조치의 대상엔 '저소득층 연료'인 등유가 빠져 있다. 이거 괜찮은 걸까. 에너지바우처를 두배로 지원받고 등유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구와 2년이 넘는 유류세 인하조치로 세제혜택을 받는 고소득층 가구 중 누가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걸까.
#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당연히 후자다. 유류세 인하조치는 기름을 많이 쓸수록 더 많은 할인을 받는 구조여서다. 등유가격이 경유와 비슷한 가격까지 올라온 지금, 저소득층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視리즈 유류세 인하조치의 함정 2편이다.
우리는 '유류세 인하조치의 함정' 1편에서 정부가 2021년 11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등유를 제외했는데, 정작 등유가 저소득층의 난방연료란 점을 꼬집었다. '서민 경제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서민을 제외했다는 거다. 물론 정부는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을 늘렸다.
문제는 에너지바우처를 더 지원받고 등유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구와 2년이 넘는 유류세 인하조치로 세제혜택을 받는 고소득층 가구 중 누가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느냐는 거다. 그건 당연히 후자다.
저소득층 지원액은 한정적인 반면, 유류세 인하조치에 따르면 기름을 많이 쓸수록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다. 더구나 확대된 에너지바우처가 저소득층의 에너지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것도 아니다. 등유가격이 오른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 휘발유ㆍ경유보다 더 오른 등유 = 주목할 것은 그 이후 등유 가격 변화다. 유류세 인하조치가 시행된 2021년 11월 등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L)당 1087.94원이었다. 지난 2년 월평균 기준으로는 당시가 최저치였다. 지금(이하 18일 현재)은 1385.08원이다. 최대치였던 2022년 7월 L당 1686.55원보단 떨어졌지만, 2021년 11월과 비교하면 27.3% 오른 셈이다.
더 심각한 건 휘발유와 경유 대비 등유 가격의 비중 변화다(표➌ 참조). 유류세 인하조치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1년 10월 등유 가격은 휘발유의 58.0%, 경유의 65.8% 수준이었다. 그러던 게 2022년 12월엔 휘발유의 99.3%, 올해 6월엔 경유의 95.8%까지 치솟았다.
지금 등유 가격은 휘발유의 87.1%, 경유의 91.6% 수준이다. 2년 전엔 휘발유나 경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등유 가격이 현재는 경유와 맞먹는 수준까지 오른 거다. 이는 휘발유나 경유보다 등유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격 격차가 줄어든 만큼 저소득층 가구의 부담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 등유 가격 상승과 저소득층의 고통 = 등유 가격이 경유 수준까지 오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경제연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등유를 사용하는 가구 중 2~4분위 가구에선 등유 가격이 오르면 연료를 대체했다. 고소득층인 4분위로 갈수록 대체율이 더 높아졌다.
반면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에선 등유는 필수재 역할을 하고 있어 연료 체계의 대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등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게 저소득층에 타격을 입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물론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에서 배제된 저소득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에너지취약계층에겐 에너지바우처(에너지 취약계층의 냉난방비 지원)를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바우처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한부모 가족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특히 올해 1월 '난방비 폭탄'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까지 올려줬다. 가구원 수 등을 고려할 때 최대 59만2000원(지원 총액 기준)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 11월 2일 정부는 이번 겨울에도 올해 1월과 마찬가지 규모로 에너지바우처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등유를 사용하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느냐다(표➍ 참조). 주택 크기를 49.6㎡(15평형)로 잡아 계산을 해보자. 3.3㎡당(약 1평당) 600㎉(1시간 기준)의 열량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이 주택엔 시간당 9000㎉가 필요하다.
등유 1L당 열량은 시간당 8790㎉(에너지공단 자료 기준)니까 매시간 1L(실제 1.02L)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때 하루 10시간 보일러를 가동한다고 하면 10L, 이렇게 한달(30일) 동안 가동한다고 하면 300L의 등유가 필요하다.
18일 기준 실내등유 가격은 L당 1385.08원이니까 월 41만5524원이 필요하다. 에너지바우처를 최대치로 받는다고 해도 두달을 못 버틴다는 결론이 나온다.[※참고: 물론 가구원 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최대치를 받을 수도 없다.] 유류세 인하조치에서 배제된 저소득층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남진 원광대(경제금융학) 교수는 "유류세 인하조치로 기름을 더 많이 쓰는 사람,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란 점은 상식적이다"면서 "더구나 현재의 국제 정세를 볼 때 유가가 쉽게 안정화할 것 같지 않은 만큼, 정부는 등유가격이 지금처럼 높게 유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을 늘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실질적인 조치, 예컨대 면세유 혜택이나 금전적 지원 확대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시스템을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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