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의 詩, 서정적 그림으로 재탄생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2. 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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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올해는 특별히 최근 작고한 '한국 시의 대모' 김남조 시인을 추모하며 교류를 가졌던 화가들이 그의 시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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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서림 ‘시가 있는 그림’ 展

황영성·김병종·황주리 등 참여

내년 1월 11일까지 전시 열어

정일 ‘그대 있음에’ [갤러리서림]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김순애가 작곡한 가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김남조의 시 ‘그대 있음에’를 화가 정일이 캔버스에 옮겼다. 푸른 잎을 물고 날아온 새에게 곁을 내주는 화환을 쓴 여인이 있다. 세상은 온 통 눈이 쏟아지는 설국(雪国)이다.

1987년 첫 전시를 열어 올해 37회를 맞이한 서울 청담동 갤리리서림의 ‘시(詩)가 있는 그림’ 전이 돌아왔다. 그동안 573편의 시와 121명의 화가들이 참여해온 기획전이다. 올해는 특별히 최근 작고한 ‘한국 시의 대모’ 김남조 시인을 추모하며 교류를 가졌던 화가들이 그의 시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추모전에는 고인의 80세 팔순와 88세 미수기념전때 출품하고 교류의 자리를 함께 했던 화가 12명의 그림 20여점이 전시되며 팔순시화전에 출품됐던 고(故) 서세옥, 민경갑의 작품 2점도 함께 전시된다.

광주비엔날레 위원장을 지낸 원로작가 황영성은 시 ‘이 이웃들을’을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한다. 조광호 신부는 예수님의 모습을 꽃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황주리는 평소 애송하는 시 ‘편지’를 화폭에 담았다. 특유의 상상력을 통하여 연인에게 바치는 송가를 그렸다. 김병종은 ‘꽃’을 특유의 기법으로 표현했다.

금동원은 시 ‘사랑하리, 사랑하라’를 풍요로운 풍경 속에 열정과 사랑을 담은 강렬한 이미지의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노태웅은 김남조의 대표시 ‘겨울바다’ 속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리움을 특유의 마티에르(질감)를 통해 담아냈다. 그는 배두나 주연의 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에 등장하는 화실과 그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평면 위에 입체 작업을 하는 황은화는 시 ‘빈 의자’를 형상화하였으며, 색면추상화로 유명한 이명숙은 강렬한 오방색으로 햇빛을 형상화했다.

이번에 처음 출품하는 권다님은 어머니가 김남조 시인의 제자로, 어릴 때부터 김남조 시인의 시를 애송해왔다. 시 ‘동행’을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의 풍경으로 형상화했다. 전시에 걸린 작품들은 내년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져 한 해 동안 매일 그림과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는 “시를 보듬는 마음으로 탄생시킨 아름다운 그림들은 새롭게 또 하나의 세상으로 피어나 우리 감성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7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권다님 ‘동행’ [갤러리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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