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 ‘돌려막기’ 제재 빠르면 내달 시작…CEO도 포함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상품을 운영하면서 고객에 손실을 전가하고 ‘돌려막기’를 하는 등 위법행위를 저지른데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빠르면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다.

여기에 관여한 일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중징계까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앞서 진행한 9개 증권사(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하나·한국투자·KB·NH·SK)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를 검사한 결과와 관련해 이르면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재 각 증권사에 의견서를 보내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앞서 지난 17일 금감원이 발표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9개 증권사에서 예외없이 다수의 위법사항과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상 문제점이 확인됐다.

실제로 한 증권사는 특정 고객의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다른 증권사와 6000여차례에 걸친 연계·교차거래로 이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에 매도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다른 고객에게 끼친 손실액은 모두 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 제공해서는 안되지만,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시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CEO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계좌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사후 이익을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다.

관여 수준에 따라 일부 CEO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현재 CEO 직위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실제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높은 순서대로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여기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 및 연임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일부 CEO가 중징계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제재 결과에 따라 과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이은 증권사 CEO 징계 리스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박정림 KB증권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 제재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과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으로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