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은 빠지고 한동훈은 뜨고···‘탈당 D-2’ 이준석의 고뇌

이두리 기자 2023. 12. 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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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슈는 한동훈에 뺏기고
신당 합류 세력은 기대 못 미쳐
김종인 “재합류 땐 정치 생명 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선택 공동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한 국민의힘 탈당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혁신위원회 출범, 비대위원회 전환에도 ‘변한 건 없다’며 탈당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탈당을 앞둔 이 전 대표의 고뇌는 깊어 보인다.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 이슈를 장악했고, 신당에 합류할 세력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준석계’로 분류됐던 측근 중 일부도 여당 잔류를 택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상태다. 그 보다 하루 앞선 26일 한 전 장관은 국민의힘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원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두 사람의 취임과 탈당 시기가 겹치면서 여론전의 성격이 강해졌다.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기용한다면 ‘한동훈 비대위’가 이 전 대표의 탈당 이슈를 덮을 수도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5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탈당 날짜를 정해놓던 때만 해도 언론의 모든 관심이 이 전 대표에게 집중돼 있었지만, 한 전 장관이 이번 주 비대위원 인선으로 모든 뉴스를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본인 스스로 발광하는 신당을 차리는 게 아니라 한 전 장관과 만났을 때 뉴스화가 된다면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당을 함께 띄울 인물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합류는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새로운선택과 세 번째 권력의 공동창당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새로운선택과) 작은 차이인지 큰 차이인지 알아보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와 뜻을 같이했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팀에도 균열이 생겼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와 ‘천아인’이 창당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총선 전후에 또다시 함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저는 당내에 남는 것이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신당’ 합류에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이 전 대표가 대구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을 때도 ‘천아용인’ 멤버 중 홀로 불참했다.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와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확정된 이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 세운 비대위원장은 권위가 그만큼 약하기 때문에 (한 전 장관이) 하고 싶은 건 많겠지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전 장관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만나도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한 전 장관의 행보가 정치권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온다면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다” “당에 개혁적으로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보내준다면 한 전 장관과 동지가 되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비해 강경해진 태도다.

이 전 대표의 멘토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방송된 전국 9개 민방 공동대담에서 “지금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다시 합류한다면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은 그걸로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 발표 방식과 메시지에 대해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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