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에만 기댈 수 없다”…미국발 리스크들이 몰려온다 [비즈360]

2023. 12. 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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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떠올랐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철강 산업의 자존심인 US스틸을 그냥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US스틸 인수합병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도 동맹국이지만 자국 이익이 우선임을 극명히 보여줬다.

앞서 언급된 미국발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엔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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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 대선을 비롯, 악화되는 미중갈등, 경제 경착륙 등 미국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떠올랐다. 미국발(發) 리스크 이야기다. 한미간 정치적 갈등이 아니다. 한미간 동맹은 탄탄하다. 문제는 자국의 이해관계로 연결될 때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열위에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 브래드독에 위치한 US스틸의 에드가 톰슨 공장 [AP]

US스틸 인수·합병 건이다. 일본제철은 지난 19일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백악관도 “긴밀한 동맹이라도 국가안보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규제 심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 쪽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철강 산업의 자존심인 US스틸을 그냥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표심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US스틸 인수합병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도 동맹국이지만 자국 이익이 우선임을 극명히 보여줬다.

2020년 9월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US스틸 사례에서 언급된대로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도 핵심 변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노린다. 미국 갤럽조사에 따르면 이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 7명의 임기 첫해 3년 차 마지막 달 지지율은 모두 40%를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였다.

문제는 재선에 실패할 경우 한국에 미칠 영향이다. 현 시점에서의 가정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고, 재집권한다면 우리로선 머리가 복잡해진다. 북핵 문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치·통상 이슈가 급변할 수 있다. 이미 IRA 보조금 혜택 축소 등이 언급된다. 이를 위해선 미 의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맞춰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로선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미일 3각 공조를 바이든 행정부의 업적으로 여기고, 그것을 무력화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미중 갈등도 심상치 않다.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의로 미중 갈등이 ‘안정적 관리’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경제분야에선 입장차가 여전하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에서의 공급망 이슈가 관건이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첨단 컴퓨팅 관련 반도체 제재였지만 최근 저가 및 범용 반도체로 이를 넓혔다. 이에 중국도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금지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미중간 고래싸움에 휘말린 한국으로선 더욱 난처해졌다. 미중갈등속에 풀어가야 할 공급망 문제가 통상분야의 ‘킬러문항’이 되고 말았다.

내년 미국 경제도 리스크다. 금리인하 전망으로 금융시장 안정은 예상되지만,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경착륙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실적에서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 1위 수출 시장이 됐다. 미국 경기가 꺾인다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한국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만 믿고 여기에 기대고 있을 수는 없다. US스틸 사례에서 이미 증명됐다. 앞서 언급된 미국발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엔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있다. ‘한미 동맹70년’이라는 수사에 갇혀 대비전략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미국의 세계전략을 더욱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내년 한미동맹 71년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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