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그네’를 타고 향기로운 추억 속으로…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열 세번째 그림책은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 김서정 옮김 / 길벗어린이)이다.
‘가끔은, 그림을 보면서 향기를 느낄 때가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은 시각적인 체험이지만, 후각이나 미각 등 다른 감각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더 입체적인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의 방향일 수도 있고, 또한 그림의 어떤 장면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던 감각적 경험과 맞닿은 지점이 오감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브리타 테켄트럽의 그림책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를 보면서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바다 내음과 어우러진 진한 풀 향기를 맡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됐다.
그림책치고는 꽤 두꺼운 분량의 묵직한 책이다. 어린 두 소녀가 바다가 보이는 그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책표지 그림에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페이지마다 마음을 파고드는 환상적인 장면들로 나의 시각과 후각은 물론 모든 감각에 노크하는 것에 행복해했다. 바다가 보이는 들판의 그네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들은 나를 온전히 추억의 향기로 인도했다.
추억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보면서 바다 내음과 풀 향기를 만끽했고, 비를 맞고 있는 그네의 장면을 보면 비와 흙 내음을 맡기도 했으며, 그네를 타는 장면에서는 내가 아이가 돼 그네를 타는 것처럼 하늘을 가를 때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느껴지기도 했다. 눈이 오는 그네의 풍경에서는 내 입안에 함박눈이 들어와 녹는 느낌으로 겨울을 즐길 수 있었고, 바닷가의 파도 소리가 책을 보는 내내 배경음악처럼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서 낭만에 젖었다. 이렇게 나는 그림책 안에 푹 빠져서 오감을 뚜렷하게 감각하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바닷가에서 그네를 보거나 탄 적이 없는데, 내 무의식에서는 그림책의 장면들이 낯설지가 않고 아주 친근한 모양이다. 그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의 정서와 추억을 느끼게 해 주는 작가의 뛰어난 솜씨 덕이다. 콜라주의 판화 기법으로 섬세하고도 아름다움이 넘치는 이미지와 사람들의 다양하고도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준다.
나에게도 이 그림책의 그네와 같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와서 앉으라고 초대하는 ‘그네’ 같은 장소나 존재가 실제로 있을까? 내 기억 속에 그런 곳이 있고, 아직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통해서 초대되고, 이야기하고,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어서 기꺼이 만족한다.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는 언제든 그 자리에서 나를 초대해 주는 ‘마음의 그네’를 매달아 주었다. 그림책이 달아준 마음속 그네에서 드넓은 바다를 보며, 풀 내음 가득한 향기를 맡고 흔들흔들 타다 보면, 아픔을 치유하고, 모든 설레는 꿈들이 시작될 것만 같다.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워 주는 감동스러운 그림책이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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