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찾아왔다.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트리가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길을 걷고 있다 보면 어쩐지 산타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마음이 포근해진다. 올겨울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동화 같은 장소들을 방문해 봤다.
프랑스 가정식 베이커리 카페 ‘테디스오븐’
테디스오븐은 테디베어를 콘셉트로 만든 프랑스 가정식 베이커리 카페다. 2층짜리 저택 정원에는 거대한 테디베어 모형과 곰돌이 오너먼트로 장식한 트리가 나란히 서 있다. 이곳은 카페의 인기 포토존이다.
크리스마스 리스로 장식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하고 포근한 내부가 반겨준다. 내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전시된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보였고, 테디 베어들은 산타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다.
앤티크한 액자로 꾸민 유럽 감성의 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넓은 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테라스석도 있어 따뜻한 날에는 야외에 앉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한껏 느끼기 위해 트리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다.
테디스오븐의 시그니쳐 메뉴는 테디스 라테와 얼그레이 크림 모카다. 커피 위에 올라가 있는 귀여운 곰돌이 쿠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워 기분 좋게 넘어간다.
아기자기한 곰돌이 모형의 디저트도 인기가 많다. 드리밍 테디 초코무스 케이크와 곰돌이 마들렌은 테디스오븐의 대표 메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 모자와 크림 목도리를 하는 해피 테디 데이 곰돌이 머핀도 많이 찾는다.
이 카페의 가장 특별한 점은 음료 한 잔당 테디가 직접 써준 포춘 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마다 각기 다른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상치 못한 따뜻한 글귀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테디스오븐은 시즌별로 테마가 바뀐다.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큰 이벤트가 있는 달에는 그에 맞춰 인테리어와 디저트를 꾸미고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한다. 작년 3월에는 프랑스 친구 시몬느가 테디스 오븐에 놀러 왔다는 콘셉트로 정원을 에펠탑과 프랑스 국기로 꾸몄고, 5월에는 밀키스와 콜라보한 음료를 출시했다. 계절별로 방문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분리되고 싶다면 서울숲에 위치한 테디스오븐에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산타들의 비밀창고 ‘프레젠트 모먼트’
1년 내내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감각적인 망원동 거리를 걷다 보면 새빨간 벽돌로 둘러싸인 다소 이질적인 공간이 나온다. 벽으로만 보이는 그곳을 밀고 들어가면 숨겨져 있던 장소가 등장한다. 프레젠트 모먼트는 산타들의 비밀창고라는 콘셉트의 소품샵이다. 비밀창고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정상적인 문도 간판도 없다. 그래서 정말 숨겨진 보물 창고에 발을 들인 느낌이었다.
어두운 조명의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면 선반을 빼곡하게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과 벽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트리가 보인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게 분명한데도 잠시 분리된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21년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해서 올해 3년 차가 된 이 소품샵의 아이디어는 ‘프레젠트 모먼트’라는 동명의 웹툰에서 비롯했다.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사는 비밀창고를 실제로 구현해 보자고 생각하던 과정에서 탄생했다.
선물 가게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가게 내부에는 선물로 받고 싶은 소품들이 가득했다. 스누피나 미키마우스 등 익숙한 캐릭터 상품부터 디퓨저, 과자류 등 종류는 다양했다.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방문해 오너먼트와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들이 가득했지만, 여름이나 다른 계절에는 상품 구성도 조금씩 바뀐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봄에는 ‘탁자 위 연못’이라는 유리컵 기획전을 했다.
다소 특이한 콘셉트의 소품샵이다보니 기획 의도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장님은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어떨 때 행복할지 고민하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또 사장님은 “앞으로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추억을 계속 나눠주고 싶고, 이곳에서만큼은 언제 방문해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계절 내내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프리젠트 모먼트를 추천한다.
후긴앤무닌 팝업스토어 ‘모대리의 워크샵’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동화 같은 공간을 찾고 있다면 후긴앤무닌 팝업스토어 ‘모대리의 워크샵’을 추천한다. 후긴앤무닌은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다. 후긴은 생각, 무닌은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은 북유럽신화에서 등장하는 신들의 왕 오딘의 양어깨에 앉아있던 영리하고 충직한 두 마리의 까마귀 후긴과 무닌에서 착안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후긴앤무닌의 대표 마스코트인 고양이 ‘모 대리의 공방’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계단을 내려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음씨 따뜻한 모 대리의 공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동물 친구들이 보인다. 검은 곰과 발 빠른 청설모, 점잖은 강아지 토르, 통통 뛰어다니는 알까지 모두 숲속 마을 깊은 모의 공방에 모여 선물들을 만들고 있다.
공방 중간중간 걸려있는 친구들의 사진이나 포장팀인 청설모가 들고 있는 ‘how to gift-wrap’ 포장하는 방법을 기술한 책 등을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포인트다. 공방 뒤편 계단 쪽 공간에는 트리와 선물 박스와 함께 서 있는 모 대리도 볼 수 있다.
모의 공방 내부를 지나면 원화 전시 공간으로 이어진다. 해당 공간에서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위해 새롭게 그린 그림들과 1년간 만든 도자기들까지 전시,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곳은 기프트숍이다. 이곳에서는 모의 공방에 모여 동물 친구들이 만든 선물들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호평받은 상품은 모 대리 탁상 캘린더와 메리 모 톰슨 카드, 그리고 팝업카드라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마음을 전하기 좋은 상품들이 인기가 많았다.
후긴앤무닌 작가는 연말하면 반짝이는 트리와 선물이 떠올라 이와 같은 콘셉트를 구성하게 됐다고 했다. 모 대리의 워크샵은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도보 4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오브젝트 서교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팝업스토어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모 대리와 친구들이 준비한 선물 같은 공간에서 따뜻한 연말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