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내년 더 힘들다] 내년 수출빼고 경제지표 온통 `빨간불`… 저성장 늪 빠지나

박정일 2023. 12. 25. 13: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경영硏, 성장률 1.8% 제시
건설 -0.6%·설비 -0.3% 전망
실질금리 높아져 부담 커질듯
세계 경제도 'L자형' 저성장

"올해 주요 거래처들이 장비 발주 물량을 확 줄이면서 대출로 겨우 버텼는데, 내년에도 이 상황이 계속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은행 이자를 막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경북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걱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한국경제가 올해에 이어 1%대 성장률에 그치며 '저성장 고착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만 선방할 뿐, 건설업계와 제조 중소기업, 유통·서비스 등 주요 업종의 경영인들은 내년에 혹독한 '생존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영연구원은 25일 공개한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상반기 1.9%·하반기 1.7%)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연간 성장률 추정치(1.3%)보다 0.5%포인트(p) 높지만, 한국은행의 내년 전망치(2.1%)와 비교하면 0.3%p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내년에도 높은 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소비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건설투자(상반기 -0.4%·하반기 -0.8%)의 경우 올해보다 0.6% 줄어들고, 설비투자(상반기 -2.4%·하반기 1.9%) 역시 소폭 감소(-0.3%)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높은 물가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늘어난 재고 부담으로 기업 설비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건설수주, 건축 인허가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들의 악화 추세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 표면화 가능성 등으로 마이너스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부진은 이미 최근 나온 여러 선행지표에서 예견된 바 있다. 올 3분기 국내기계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고, 건축허가 면적 및 착공 면적 역시 지난 9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각각 25.9%, 40.4% 감소한 바 있다. 보고서는 "내년에도 시장금리가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높은 자본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경제 둔화로 대외 수요가 불확실해 필수적 투자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소비(상반기 1.3%, 하반기 1.8%)의 경우 1.5% 증가율에 그치며, 지난해(1.8%)에 이어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높은 물가 수준과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할 것"이라며 "올해 가계가 지출한 명목이자 비용이 전년대비 20~30% 이상 급등한 가운데, 내년에는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높아지며 가계의 금리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나마 수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복세를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로 나타날 세계 경제 침체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는 느리고 완만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내년 수출 증가율을 2.1%, 수입 증가율을 0.5%로 각각 예측했다.

수출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의 '온디바이스AI(인공지능)' 발 IT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지만, 하반기에는 세계경제 침체와 원화강세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요부진에 따른 국제유가 약세 등의 영향으로 자본재와 에너지 수입액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은 올해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투자와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는 시장의 기대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중반으로 예측했다. 국내의 경우 이미 확대된 한·미 금리차 역전 현상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 하반기에서야 2차례에 걸쳐 총 0.5%p의 소폭 인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올해 국내 자금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해 개선 정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가 70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다 한국전력의 공사채 만기 물량도 19조원에 이르고 있어, 정책금리 인하에도 신용도가 낮은 민간기업들은 낮아진 금리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건설경기 부진과 고금리 상황의 지속으로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와 상환 실패가 누적될 경우,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점쳤다.

환율에 대해서는 "향후 달러화 강세 흐름은 완화되고 원·달러 환율은 점차 하락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1100원대 진입은 어렵다"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상반기 1270원, 하반기 1210원까지 낮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내년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저성장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해가 될 전망이라며,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2.9%)보다 낮은 2.4%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미국, 유로존, 일본 모두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면서 선진 소비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5%를 상회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신흥국의 상대적 선전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