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장수하네"...고릴라 수명 20년 늘어나

한건필 2023. 12. 25. 12: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선 30~40년 사는 수컷 고릴라 60세까지 살게 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뿐 아니라 동물원의 유인원도 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쉰 한 살이 된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수컷 고릴라 윈스턴의 사례를 토대로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지난주 보도한 내용이다.

수컷 고릴라는 열 네 살 무렵부터 등에 회백색 털이 나기 시작해 나이가 많아질수록 뚜렷해진다. 이렇게 나이 많아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수컷 고릴라를 '실버백'이라고 부른다. 야생 실버백의 수명은 30~40년이다. 그에 비하면 윈스턴은 10~2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윈스턴보다 더 오래 산 동물원 고릴라도 있다. 2년 전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61세로 자연사한 오지에나 2017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동물원에서 60세로 자연사한 콜로가 대표적이다.

사실 윈스턴은 인간도 부러워할 정도의 건강 관리를 받는다. 이번 달 윈스턴은 심장 이식 모니터링 장비의 배터리 교체 수술을 받았다. 많은 노년의 인간남성처럼 심장병 진단을 받은 윈스턴은 2021년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상태가 악화돼 심장에 모니터링 장치를 이식했는데 배터리가 고장 나 심장 부위 피부를 1.27㎝ 절개하고 배터리를 교체한 뒤 네 바늘로 봉합했다. 이 수술을 위해 의료진과 동물전문가 20명이 현장을 지켰다.

당시 수술을 이끈 샌디에이고 동물원 수석 수의사인 매트 키니 박사는 향상된 건강관리, 새로운 의료기술, 그리고 더 나은 영양으로 "동물원 고릴라들이 야생 고릴라보다 20년 이상 더 오래 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간처럼 이들 고릴라 역시 검사, 진단, 그리고 치료를 필요로 하는 만성적인 질병에 시달리게 되면서 과연 이들 동물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에 본부를 둔 야생동물 보호협회의 수석 수의사 폴 칼 박사는 "노인성 야생동물 관리가 점점 더 정교해졌다"며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학적, 수술적 지식이 직접 적용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릴라를 돌보는 동물원 수의사들은 인간을 위해 개발된 기술과 약물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심장전문의, 방사선사, 산부인과 의사, 치과의사 같은 의학 전문가들과 상담한다.

실제 체중 204kg인 윈스턴은 사람이 복용하는 일반적인 심장약 4가지를 복용한다. 그에게 이식된 심장모니터는 플래시 드라이브보다 작은 크기로 사람에게도 이식되는 것이다. 윈스턴은 올 가을 독감예방 백신을 맞았고, 관절염으로 물리치료도 받고 있다.

이런 건강관리비용은 어디서 나올까? 샌디에이고 동물원을 운영하는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연합'은 연간 운영 예산을 통해 윈스턴의 보살핌을 제공하고 있다. 동물건강보험에 가입해 할인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일부 추가비용은 기부자들과 파트너들이 충당해준다.

윈스턴의 오랜 간병인(야생동물 보호사) 중 몇몇은 정년을 맞아 은퇴했지만 하지만 윈스턴은 아직도 다섯 마리의 고릴라로 이루어진 무리의 수장 역할, 즉 무리 내 다툼이 벌어지면 개입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사파리공원의 포유류 큐레이터인 짐 헤이그우드는 "윈스턴은 매우 부드러운 실버백이자 믿을 수 없이 관대한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윈스턴은 막내딸이 그의 입에 들어간 음식을 꺼내 먹도록 해줄 뿐 아니라 수컷새끼를 둔 다른 무리의 암컷을 두 차례나 받아줬다. 야생 영장류의 세계에선 영아살해가 종종 발생하지만 윈스턴은 이들 수컷새끼들이 십대가 돼 무리를 떠날 때까지 마치 자기 자식처럼 길러줬다고 한다.

중앙아프리카에 살던 윈스턴은 1984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도착했다. 그는 2017년까지 튼튼한 건강을 누렸으나 2017년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심장이 약화된 것이 발견됐고 2021년 그의 무리 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될 때 가장 나이가 많았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키니 박사는 "기침이 있었고, 상당히 무기력했으며, 식욕이 없었다"면서 걸을 때도 다른 뭔가를 붙잡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단일클론항체 투약으로 윈스턴은 건강회복에 성공했고 윈스턴의 무리 전체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게 됐다.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동안 다른 건강검진도 받은 결과 윈스턴의 심장박동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됐다. 그래서 그의 음식에 혈압약과 심장약을 매일 처방하게 됐고 심장모니터도 이식하게 됐다. 그는 또한 척추, 엉덩이, 어깨 관절염 때문에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게 됐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