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이제 FA 먹튀는 없다? 전체 옵션 비중이 무려 27.5%…시대가 바뀌었다

이상학 2023. 12. 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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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 LG 차명석 단장과 임찬규. 2023.12.08 / jpnews.osen.co.kr
LG 함덕주(오른쪽)가 FA 계약 후 차명석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FA 시장에서 옵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각 구단들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계약 총액의 절반 가까이 옵션이 들어간 계약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LG는 지난 24일 내부 FA 투수 함덕주와 4년 총액 38억원에 계약을 알렸다. 계약금 6억원, 연봉 총액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으로 보장 금액은 20억원. 인센티브로 표현된 옵션의 비중이 47.4%에 달하는 계약 조건이다. 

앞서 LG는 지난 21일 내부 FA 투수 임찬규와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했는데 보장 금액은 26억원으로 옵션 비중이 48.0%나 된다. 임찬규와 함덕주, 2명의 투수와 옵션 비중 50%에 가까운 계약을 이끌어낸 차명석 LG 단장에겐 ‘협상의 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LG의 옵션 비율이 유독 높긴 하지만 다른 팀들도 FA 계약에 옵션의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다. 그동안 주로 애매한 준척급 선수나 베테랑 선수들에게 옵션이 많이 붙었지만 대어급 선수들에게도 적어도 10%대, 많게는 30%대 옵션이 들어갈 정도로 FA 시장의 트렌드가 된 분위기다. 

올 겨울 FA 중 최고액 계약을 한 LG 유격수 오지환(6년 124억원)도 옵션이 24억원으로 19.4% 비중을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큰 계약을 딴 두산 내야수 양석환(4+2년 78억원)도 옵션 19억원으로 24.4%, 한화 내야수 안치홍(4+2년 72억원)도 옵션 25억원으로 34.7% 비중이 들어갔다. 

25일 오전까지 계약한 2024년 KBO FA 선수 계약 총액은 480억원. 그 중 옵션이 132억원으로 전체 27.5% 비율을 보이고 있다. 2019년부터 10%대로 올라선 옵션 비율은 2023년 20.9%로 높아졌다. 롯데 투수 한현희(3+1년 40억원)처럼 보장(18억원)보다 옵션(22억원) 금액이 더 많은 선수도 있었다. 샐러리캡으로 구단들이 마구잡이로 돈을 쓸 수 없는 구조에서 FA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구단들이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고, 올해는 처음으로 FA 계약 총액에서 옵션 비중이 30%를 돌파할 가능성이 생겼다. 

LG 임찬규(왼쪽)가 FA 계약 후 김인석 대표이사와 손을 잡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LG 오지환(왼쪽)이 FA 계약 후 김인석 대표이사와 손을 잡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FA 시장에서 이렇게 옵션 비중이 높은 해는 2011년(29.4%)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당시에는 FA 신청 선수가 4명밖에 불과했고, 그 중 2명(박용택·배영수)만 계약한 역대급 한파로 예외적인 케이스. 당시 3+1년 최대 34억원에 LG와 재계약한 외야수 박용택은 보장 금액 15억5000만원, 옵션 금액 18억5000만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계약’의 시초였다. 절치부심한 박용택은 계약 기간 내내 톱클래스 활약으로 옵션 대부분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부터 대형 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FA 시장이 크게 과열됐고, 옵션 계약의 비중이 줄었지만 이른바 ‘먹튀’들이 끊이지 않았다. 구단들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옵션 카드를 꺼냈고, 이제는 거의 모든 계약에 옵션이 붙는다. 올 겨울 FA 시장은 최초로 전원 옵션 포함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다. 

옵션 비중이 대폭 높아지면서 구단들은 확실히 리스크를 줄였다. 계약이 실패로 돌아가도 금전적인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선수들도 옵션 충족을 위해 그만큼 더 동기 부여를 갖고 보다 절실하게 뛸 수 있다. 먹튀 선수를 방지하면서 FA 거품을 뺄 수 있는 합리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다만 옵션 비중이 높은 FA 계약은 선수에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선수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옵션 기준들이 현장 코칭스태프의 선수 기용 및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옵션 충족을 위해 아픈 것을 참고 무리하게 뛰다 경기력이 떨어진 케이스도 있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들도 나오지만 결국 이번에 계약한 FA 선수들의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waw@osen.co.kr

두산 양석환(오른쪽)이 계약 후 김태룡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한화 안치홍(왼쪽)이 FA 계약 후 손혁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 2024년 KBO FA 계약 현황(12월25일 오전 기준 9명)
전준우(37) : 롯데 잔류, 4년 47억원(보장 40억원, 옵션 7억원)
안치홍(33) : 롯데→한화 이적, 4+2년 72억원(보장 47억, 옵션 25억) / 롯데에 보상금 10억원
고종욱(34) : KIA 잔류, 2년 5억원(보장 4억원, 옵션 1억원)
김재윤(33) : KT→삼성 이적, 4년 58억원(보장 48억원, 옵션 10억원) / KT에 보상선수 문용익, 보상금 3억6000만원
양석환(32) : 두산 잔류, 4+2년 78억원(보장 59억원, 옵션 19억원)
임찬규(31) : LG 잔류, 4년 50억원(보장 26억원, 옵션 24억원)
장민재(33) : 한화 잔류, 2+1년 8억원(보장 4억원, 옵션 4억원)
오지환(33) : LG 잔류, 6년 124억원(보장 100억원, 옵션 24억원)
함덕주(28) : LG 잔류, 4년 38억원(보장 20억원, 옵션 18억원)
= 계약 총액 480억원(보장 348억원, 옵션 132억원)

삼성 김재윤(왼쪽)이 FA 계약 후 이종열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롯데 전준우(왼쪽)가 FA 계약 후 박준혁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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