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도와달라" 일본서 공개된 '김대중 납치사건' 그날 기록

김현예 기자 2023. 12. 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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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이 발생한지 50년. 일본에서 '그날'의 기록을 담은 문서 내용이 새롭게 공개됐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일본 경시청으로부터 전달받은 김대중 납치사건 수사 자료를 오늘(25일) 보도한 겁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도와달라. 살인자”


김대중 납치 사건은 1973년 8월8일 일어났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반(反) 박정희 운동을 하며 일본에 망명 중일 때로, 오후 1시경 도쿄 그랜드팰리스 호텔 2210호실에서 납치된 사건을 말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납치 5일 뒤인 8월13일 서울 동교동 자택 부근에서 발견됩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일본에 정식 '피해신고'를 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은 1998년 2월2일 자로 김 전 대통령 취임 직전 경시청 외사과가 작성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한·일 문제로도 비화될 정도로 한·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CGV터미널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 언론시사회에서 이은 명필름 대표, 최낙용 시네마 6411 대표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기 기념영화 광주지역 공동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무대 인사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은 청년 사업가 출신 김대중이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합뉴스
아사히에 따르면 총 13장의 기록엔 사건 당일 투숙객의 증언이 담겼습니다. 특히 납치 실행범 중 한 명이던 김동운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을 특정한 내용입니다. 투숙객은 “호텔 3층에서 위에서부터 내려온 엘리베이터에 2명이서 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1명의 남성이 “도와달라. 살인자”라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경찰이 얼굴 사진을 보여줬는데 5명의 남성 중에 김동운이 있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고 합니다.

납치범들이 현장에 남긴 배낭수사에서도 납치범 특정이 이뤄집니다. 일본 경찰은 배낭을 수사하면서 판매처를 확인했는데요. 범행 이틀 전 두명의 남성에게 배낭 3개를 팔았다는 증언을 들은 겁니다. 사진 상으로도 배낭을 산 2명 중 한 명이 김동운을 닮았다는 증언을 받았습니다.

납치된 김 전 대통령은 중간에 간사이지역 아지트에 끌려갔는데요. 김 전 대통령의 진술로 “고속도로에서 길을 물어본 뒤 1시간 정도 달려 '안의 집(アンの家)'에 가자고 했다. 마루 거실을 지나 다다미 방으로 끌려갔다”는 내용입니다. 일본 경시청은 이 진술을 근거로 안씨 성을 가진 사람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맨션(아파트)를 수사했지만 특정하지 못했다고 기록했습니다.

한일문제로도 비화했던 납치사건


일본 아사히신문은 정보공개 청구로 공개된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일본 경찰의 기록을 25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보도 화면 캡처
104명의 수사본부를 꾸렸던 일본 경찰은 이런 근거들로 당시 1등 서기관인 김동운 출두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내에서 주권 침해란 주장이 이어지면서 한일관계는 얼어붙습니다. 그해 11월 김종필 총리가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종결하게 됩니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이후 2007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 등 20여 명이 연루된 조직적 범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진실위는 김대중 납치사건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최소한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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