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이런 것도?…시린 옆구리에 현실판 `나는솔로` 찾는 사람들

김나인 2023. 12.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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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사내벤처 통해 청춘남녀 연결 '하트트래블' 인기
박세훈PM(왼쪽부터), 김소연 선임, 박수영 책임이 '하트트래블'을 소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박세훈PM(왼쪽부터), 김소연 선임, 박수영 책임이 '하트트래블'을 소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하트트래블 서비스 이미지. LG유플러스 제공

성향과 취향 등을 분석해 케미(호흡)가 잘 맞는 남녀 12명이 1박 2일로 여행을 떠난다. 함께 식사하고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내 인연'을 찾아간다. 일반인판 '하트시그널', '나는 솔로' 격인 LG유플러스 사내벤처 케미컴퍼니가 선보인 '하트트래블'에 추운 겨울 옆구리가 시린 청년들이 몰려들고 있다.

인연을 만나고 싶은데 집과 회사만 다니다 보니 새로운 이성을 만날 곳이 없다. 소개팅은 어색하고 '틴더' 같은 기존 이성만남 앱을 활용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만남이 될까 두렵다. 하트트래블은 방송에 나오기는 부담스럽고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LG유플러스 입사 동기 세명이 회사 내 'D사내 벤처 TF'서 뭉쳐 내놓은 서비스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지 6개월 만에 매칭률 48%, 가입자 880여명을 돌파해 내년 상반기 정식 분사를 앞두고 있다. 홈페이지에 이어 앱도 내놓을 예정이다.

박세훈 공동대표는 "진지하게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분들이 모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더 풍부해지니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이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매칭시스템이 더 정교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트트래블의 탄생은 일상적 대화에서 이뤄졌다. 입사 동기끼리 평소에 나누던 고민을 서비스로 구체화했다. 김소연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모두 30대 초·중반인 만큼 이성과의 만남이 대화 주제로 많이 등장한다"며 "기존 데이팅 서비스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는 매칭 시스템을 마련하니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만남에 진지한 이들을 모집하다 보니 결혼정보회사나 데이팅 앱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참가자들이 3분의 2로 대부분이다. 하트트래블은 23개 항목에 대해 미리 설문을 진행해서 이상형을 매칭한다. 학력, 인상, 성향, 가치관, 경제력 등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작성하면 된다. 이렇게 꼽힌 12명이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바비큐 파티에 이어 '속마음 오픈권' 등 단체 게임과 비밀대화. 데이트를 하면서 상대를 알아보고 마지막 날 최종 커플 매칭을 한다.

박수영 공동대표는 "참가 신청서의 질문지는 오픈형의 열린 질문으로 구성했다. 사람의 성향을 판단하는 개방성·성실성·외향성 등 심리학의 성격이론을 활용한다"며 "앞으로 일부 데이터 처리는 AI(인공지능)로 보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하트트래블을 통한 첫 결혼 커플도 탄생했다. 1기 모임에서 탄생한 첫 커플은 이달 화촉을 올려 부부가 됐다. 사전 이상형 탐색부터 매칭률이 높아 진행팀의 기대가 컸었다는 전언이다.

날로 줄어드는 혼인으로 올해 신혼부부 100만쌍 선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트트래블이 순항할 수 있을까. 케미컴퍼니는 싱글 인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본다.

이달 기준 '하트트래블' 전체 회원 중 20대가 37%, 30대가 59%다. 2030은 1인 가구가 날로 늘어나고 외로움도 많이 느끼는 세대로 꼽힌다. 플랫폼이 IT 기술로 오프라인 만남을 연결해 외로움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성적 만남뿐 아니라 하트트래블을 통해 마음이 잘 맞는 동성 친구를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 김 CMO는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연애를 하고 싶은 싱글은 증가한다. 다만 원하는 가치관과 성향을 따져 잘 맞는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에 좀 더 까다로워질 뿐"이라며 "까다로운 싱글을 만족시키는 서비스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이를 파고들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여행 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숙박 시에는 팀이 동반 참가를 하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된 숙소를 선택한다. 남녀 숙소는 분리하고 새벽 2시 이후 이성끼리 교류하지 못하도록 물리적 보안도 신경써 리스크 관리를 한다. 개인정보가 담긴 프로필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모임 이후에는 파기한다.

장기적으로는 1박 2일뿐 아니라 짧은 한 끼 식사부터 2박 3일 합숙, 액티비티 활동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당일 모임을 갖는 '하트트래블 라이트' 버전도 인기가 많다. LG유플러스 사내벤처로 탄생한 만큼 MZ세대 공략이 필요한 LG유플러스와의 협업 기회도 있다.

박 대표는 "하트트래블은 합리적인 비용과 시간, 적은 감정 비용을 써서 연인을 찾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불안하고 불편하고 어색한 것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연인을 찾을 수 있게 돕겠다"며 "앞으로 경상·전라권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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