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글로벌 IB 검찰 수사받는다···과징금 265억 역대 최대

BNP파리바·HSBC 560억원 불법공매도
증선위 “잔고 부족 조치 안 취해 고의성”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11월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HSBC가 560억원대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 수사도 이뤄지게 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2일 임시 제2차 회의를 열고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 혐의로 BNP파리바, BNP파리바증권, HSBC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265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증선위가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은 공매도 제한 위반에 과징금이 부과되기 시작한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BNP파리바와 HSBC가 검찰 수사 대응과 별개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2022년 5월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내부 부서끼리 주식을 빌려주고(대여) 빌린(차입)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소유 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했다. 증선위는 BNP파리바가 매도 가능 수량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외부에서 사후로 차입하고 결제를 지속했다고 봤다.

수탁증권사인 BNP파리바증권도 공매도포지션과 대차내역을 매일 공유받고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계속 발생했는데도 원인을 파악하거나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홍콩 HSBC는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니라 향후 빌릴 수 있는 수량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증선위는 HSBC가 이같은 업무처리 방식과 전산시스템이 국내 규제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매도 물량을 사후에 차입하는 행위를 상당기간 한 만큼 고의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HSBC의 수탁증권사인 HSBC증권 서울지점은 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보고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회사의 불법 공매도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 고발 조치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년 6월 말까지로 정한 공매도 금지 기간에 전산시스템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