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법공매도 첫 형사처벌 받나... BNP파리바·HSBC,265억 사상 최대 과징금

권순완 기자 2023. 12.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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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부는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한다며 내년 6월까지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뉴스1

금융당국이 2021~2022년 국내 증시에서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SBC 에 대해 총 26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증선위는 기관별 과징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BNP파리바에 약 110억원, BNP파리바증권에 약 80억원, HSBC에 약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증권은 BNP파리바의 국내 수탁 증권사다. BNP파리바 측을 합치면 과징금 액수가 19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증선위는 BNP파리바·HSBC 등 IB 2곳에 대해선 과징금과 동시에 검찰에 고발 조치도 내렸다.

앞서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9개월간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 HSBC도 2021년 8~12월 5개월간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을 무차입 공매도한 것이 드러났다.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공매도였다. 이후 당국은 행정 제재 절차에 돌입했고, 2개월 만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보통의 주식 매매와 달리, 공매도를 하면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본다. 현행법상 공매도를 할 경우 주식을 반드시 ‘사전 차입(借入·빌리기)’해야 한다. 공매도 시점에 빌린 주식이 없는 무차입 상태였다가 나중에 빌리는 ‘사후 차입’은 불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제한적 공매도로 가격이 왜곡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나온 ‘과징금 265억원’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다. 최대 규모 불법에, 역시 최대 규모의 응징이 내려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난 3월 외국계인 ESK자산운용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38억7000만원 과징금이 가장 많았다.

원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는 ‘1억원 이하 과태료’가 전부였으나, 지난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공매도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해당 IB 2곳은 불법 공매도 혐의로는 최초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증선위가 과징금과는 별도로 이들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 증선위가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법상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면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부당이득 금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불법 공매도로 형사 처벌받은 전례는 없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외국에 있는 사람(IB 임직원)을 끌어와서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IB 2곳의 불법 공매도는 장기간에 걸쳐 고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나 착오로 인한 과거 사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금융당국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 건을 계기로 지난달 ‘공매도 특별 조사단’을 꾸리고, 다른 주요 IB들을 대상으로 불법 공매도가 있는지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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