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N차·무대인사 그리고 정우성…'서울의 봄' 천만 돌파 키워드[줌인]
카메오·단역도 열연…실존인물 삶 재조명에 안타까움
관객은 심박수·배우들은 사과 챌린지…무대인사 화제
"정우성 첫 천만 안겨주자"…배우 향한 응원도 한몫
영화 ‘서울의 봄’의 주인공 황정민(전두광 역)이 ‘서울의 봄’ 무대인사마다 고개 숙이며 전한 말이다. 그의 뒤를 이어 “이태신 장군(정우성 분)을 배신해서 죄송하다”는 안세호(장민기 대령 역)에 “도청해서 죄송하다”는 박훈(문일평 비서실장 역)까지. 배우들의 대국민 사과에 전 세대 관객들이 응답했다.
고사 직전에 처해있던 극장가를 심폐소생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개봉 33일 만인 지난 24일 마침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범죄도시3’가 지난 7월 천만 관객을 넘어선 뒤 약 6개월 만이다. 역대 31번째, 한국 영화 기준으로 22번째 이름을 올린 천만 작품. 시리즈물이 아닌 단일 작품이 천만 타이틀을 거머쥔 것도 ‘기생충’(2019) 이후 처음이다.
‘서울의 봄’은 극장가에 ‘입소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입증한 작품이다. 극 중 시대적 배경을 경험해 본 적 없는 2030 MZ 관객들이 소비의 주축이 돼 ‘서울의 봄’ 흥행을 견인했다. 이들이 부모 세대인 4050 관객들을 유입하고, 자발적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심박수 챌린지’에 동참하며 관람 열기를 지폈다. 중반부에 접어든 개봉 3주차부터는 극 중 캐릭터들의 매력에 반한 작품 팬덤과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챙겨보려는 관객들을 중심으로 N차 관람이 이어져 흥행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발생한 신군부 반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수도 서울을 점령하려 한 반란 세력과 이들에 맞선 군인 세력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반란이 벌어진 9시간 사이의 일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CGV가 ‘서울의 봄’ 예매 추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연령별 예매 분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30대(29.1%)와 20대(24.6%)였다. 이들은 ‘서울의 봄’을 본 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로 자신들의 심박수를 측정, 영화 관람 전보다 훨씬 높아진 심박수를 인증하는 SNS ‘심박수 챌린지’를 유행시켰다. 심박수가 높아질 정도로 영화에 공감하고 분노하게 된다는 반응들이 입소문을 타며 관람을 부추겼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악역 ‘전두광’에 대한 분노를 황정민이 영화 ‘인질’, 드라마 ‘수리남’ 등 다른 작품들에서 실컷 당하는 장면들을 모아 감상하는 것으로 해소하는 각종 ‘밈’(meme)도 확산됐다.
주인공인 황정민, 정우성을 비롯해 조연, 카메오, 단역들까지 구멍없는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이 N차 관람 재미를 더했다. ‘서울의 봄’ 상영 점유율이 제일 높았던 메가박스에 따르면, 개봉 4주차까지 ‘서울의 봄’을 2번 이상 관람한 비율은 약 9.1%였다. 이는 팬데믹 이전 N차 관람 신드롬의 원조로 불리는 외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 때와 비슷한 수치다. CGV가 N차 관객들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바로는, 30대가 31.3%, 20대가 18.6%로 2030 비율이 과반수에 육박했다.
‘서울의 봄’을 5번 관람한 대학생 최빛나(24) 씨는 “‘서울의 봄’은 주인공 전두광과 이태신 외에 그들을 둘러싼 약 60명의 인물이 나온다”며 “영화를 처음 봤을 땐 황정민, 정우성의 연기만 보이다가 두 번째부터 조연, 카메오, 단역들의 연기가 보이기 시작해 N차 관람에 돌입했다. 카메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인물들까지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하더라. 눈앞에서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 정해인은 진압군 편에 선 ‘오진호 소령’ 역을 맡아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후 ‘오진호 소령’ 역의 실존 인물 김오랑 소령의 생애 및 죽음까지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밖에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만식이 맡은 공수혁의 실존인물 정병주 특전사령관, 김성균이 연기한 김준엽 역의 실존인물 김진기 헌병감 등 반란에 맞선 역사 속 인물이 겪은 고초들이 알려져 더욱 공분을 유발했다.
감사 대신 사죄를 전한 배우들의 무대인사 ‘사과 챌린지’가 화제성을 더했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따르면, 감독 및 배우들은 개봉일부터 현재까지 무려 217회의 무대인사를 소화했다. 개봉 6주차인 오는 28일 예정된 흥행 감사 무대인사까지 합하면 232회다. 통상 무대인사에선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발언이 많은 반면, ‘서울의 봄’은 황정민을 필두로 박훈, 안세호, 김의성 등 악역을 연기한 배우들이 차례로 “죄송하다”, “욕해주셔도 좋다”며 고개숙여 주목받았다. ‘서울의 봄’ N차 관람객인 김성원(32) 씨는 “‘서울의 봄’ 배우들의 사과 인사를 보는 재미로 지역별 무대인사를 다 챙겨 관람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열린 무대인사에선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길 43년 동안 기다렸다’는 관객 플래카드를 보고 황정민이 눈물을 보인 반응이 회자됐다. 지난 11일과 12일 진행한 서울 무대인사는 1979년 군사 반란이 44주년을 맞은 날로, 관객들의 원통함을 고려해 악역 없이 정우성, 이성민, 카메오인 정해인 등 진압군 편에 선 배역의 배우들만 참석해 주목받았다.
A제작사 대표는 “정우성은 화제성과 연륜, 연기력에 비해 의외로 흥행한 영화가 많지 않다”며 “‘절친인 이정재 배우는 천만 영화가 여러 개인데 반해 정우성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관객인 우리가 나서서 천만에 힘을 보태주자’는 반응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또 “‘이태신’ 캐릭터가 정우성의 정의로운 성격, 멋진 색깔로 적절히 윤색돼 둘 모두의 매력을 살렸다”며 “극 중 이태신을 향한 관객들의 응원과 안타까움을 ‘정우성 천만 만들기’로 간접적으로 해소한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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