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에게 편지 썼더니 천사가 답장을…독일 우체국 40년 전통

조윤영 2023. 12.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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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작은 마을 우체국이 40년째 산타클로스를 대신해 아이들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주면서 연말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통의 편지가 날아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힘멜포르트의 우체국이 올해까지 40년 동안 해마다 산타 앞으로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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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힘멜포르트의 우체국은 올해까지 40년 동안 매년 산타 앞으로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독일의 한 작은 마을 우체국이 40년째 산타클로스를 대신해 아이들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주면서 연말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통의 편지가 날아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힘멜포르트의 우체국이 올해까지 40년 동안 해마다 산타 앞으로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작은 옛 동독 시절인 1984년이었다. 우체국 직원이었던 코넬리아 마츠케(64)는 우편물 분류실에 있던 두 통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동베를린과 작센주에 사는 어린이 2명이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약 80㎞나 떨어진 힘멜포르트의 산타 앞으로 보낸 편지였다. ‘천국의 문’이라는 뜻의 힘멜포르트에 산타가 살고 있다고 믿어 힘멜포르트 우체국에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친 것이다.

마츠케가 동료에게 전에도 산타 앞으로 편지가 왔냐고 묻자 동료는 편지를 따로 보관해뒀다고 답했다. 차마 편지들을 버릴 수 없던 마츠케는 산타를 대신해 ‘천사’ 명의로 답장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후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더 많은 편지가 우체국으로 날아왔다. 마츠케와 동료들은 12월이 되면 75장 정도의 편지에 답장을 보냈다. 1990년 독일 통일 뒤 편지는 홍수처럼 불어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매일 편지 수천 통이 도착하자 1995년 우체국은 지원 인력을 2명 더 늘렸다. 현재는 20명이 미국 등 60개국에서 도착한 30만 통 이상의 편지를 처리하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민 우체국의 한 방에서는 황금빛 가운을 입은 ‘천사’ 4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낸다. 천사들은 편지가 폭증하면서 전처럼 일일이 손글씨로 답장을 쓰지는 못하고 손글씨 모양으로 인쇄한 편지로 답장하지만 편지 봉투 주소만은 여전히 손글씨로 쓰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힘멜포르트의 우체국은 올해까지 40년 동안 매년 산타 앞으로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아이들의 편지에 담긴 소원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왔다. 최신 기기를 선물해달라는 부탁부터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할아버지·할머니를 보고 싶다는 바람도 많았다. 변치 않는 소원들도 있다. 지난해에는 가족의 건강, 세계 평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인형이나 자동차 선물을 바라는 편지가 많았다고 우체국은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산타로 분장한 직원까지 나선다.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우체국에 전해주고 싶어 할아버지 차를 타고 3시간이나 달려온 6살 아이가 우체국 앞에 도착하자 산타로 분장한 직원이 아이를 맞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는 산타 앞에서 캐럴을 불렀다. 산타는 그의 편지를 받고 사탕 같은 크리스마스 간식을 선물했다. 산타로 분장한 직원은 “마법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보상과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산타에게 보낸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독일 우체국 7군데 가운데 힘멜포르트 우체국은 가장 많은 편지를 받고 있다. 독일 어린이들은 집안이나 지역 전통에 따라 산타 말고도 아기 예수나 산타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우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이제 ‘수석 천사’로 일하는 마츠케는 이 일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는 “이 일은 멋진 일”이라며 “모든 아이는 답장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산타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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