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열 '펄펄'…또 독감 걸렸다, 왜?
박정렬 기자 2023. 12. 25. 11:18
[박정렬의 신의료인]
호흡기 감염병의 동시 유행(멀티데믹)이 현실로 다가왔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COVID-19), 아데노·호흡기세포융합(RSV) 등 바이러스가 활개를 친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밀접·밀폐·밀집의 '3밀 환경'이 조성된 만큼 감염병 유행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독감은 호흡기 감염병 중에서도 매우 치명적이다. 전염력이 강하고 만성질환자나 노약자 등 고위험군은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자칫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다행히 독감은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존재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적절히 대응하면 멀티데믹으로 인한 우려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올해 유행하는 독감의 특성과 치료, 관리 방법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
Q. 독감에 걸린 뒤 나아도 또 독감에 걸릴 수 있나요
━
A. 올해는 독감 자체도 '멀티데믹'이다. 질병관리청이 독감 바이러스를 세부 분석해보니 50주차(12월 10~16일) 기준 A형 H1N1 pdm09는 18.1%, A형 H3N2는 18.7%, B형은 7%(전체 검출률 43.8%) 등 세 가지 아형(종류)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번 감염됐어도 바이러스 종류가 다르면 이에 대항하는 항체가 없어 노출될 경우 또 독감에 걸릴 수 있다. A형(H1N1, H3N2)에 두 번 걸릴 수도 있다.
━
Q.여러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게 드문가요.
━
A. 우리나라는 A형이 먼저 유행했다가 늦겨울이나 초봄쯤 B형이 유행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독감은 다른 바이러스들보다 감염력이 더 높고 감염이 됐을 때 증상으로 발현하는 확률도 더 높아서 빠르게 유행하는 특징이 있다. 감염으로 인해 면역력이 획득되면 그 독감 아형이 잠잠해지고 또 다른 아형의 독감이 퍼지는 것이다. 즉 '집단 면역'(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이 감소한 독감 아형이 유행한다. 그러나 올해 독감은 시기적으로 봄을 지나 여름, 가을에서 겨울까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H3N2가 주로 유행해 하반기에는 유행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다시 재유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Q. 증상으로 A형과 B형 독감을 구분할 수 있나요.
━
A. 증상만으로 A형과 B형을 구분하긴 힘들다. 하지만 종류와 무관하게 독감은 항바이러스제 투약으로 치료법은 동일하다. 일반 감기와 비교하면 독감이 발열, 근육통, 기침, 콧물, 가래가 더 심하다.
━
Q. 독감도 따로 검사해야 하나요.
━
A. 독감도 코로나19(COVID-19)처럼 콧물을 이용한 항원 검사와 PCR 검사로 확인한다. PCR 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소량의 바이러스도 잘 발견할 수 있다. 항원 검사는 결과 확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지만, 바이러스가 적은 증상 발현 초기나 시간이 지나면 민감도가 떨어진다. 독감은 감염 이틀째부터 빠르게 바이러스 농도가 확 올라가는 것이 특징인데, 열이 난 직후 바로 검사하면 아직 바이러스 농도가 높지 않아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
Q. 주사를 맞으면 더 빨리 낫나요.
━
A. 독감 치료제로 5일간 먹는 알약인 '타미플루'와 한 번 맞는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를 많이 쓴다. 주사가 알약보다 좋다고 여길 수 있지만,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타미플루가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성도 확보돼 전 세계적으로 '1차 치료제'로 권장된다. 독감 유병 기간을 가장 크게 단축할 수 있고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아에게도 처방할 만큼 안전하다. 그래서 구토·구역과 같은 부작용이 있어 타미플루를 먹지 못할 때 페라미플루를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타미플루를 몇 알 먹고 열이 안 떨어진다며 페라미플루를 맞는 것도 옳지 않다. 두 약은 작용 방식이 같아서 타미플루가 듣지 않으면 페라미플루로도 치료가 안 된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한 번 복용으로 치료가 끝나는 독감 신약 '조플루자'도 나왔다. 만 1세 이상은 처음부터 쓸 수도 있고, 앞선 독감 치료제와는 작용 기전이 달라 두 약에 내성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7만~8만원대의 약값이 든다.
━
Q. 약을 먹어도 열이 안 떨어져요.
━
A. 타미플루를 먹든 페라미플루를 맞든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고열 증상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틀 정도는 열이 나는 것이 정상이다. 열이 너무 높으면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 해열제를 복용하면 된다. 해열제를 먹어도 39~40도 고열을 정상 체온까지 떨어트리긴 힘들 수 있어 불편감이 없을 정도(약 38~39도)로 체온을 유지하는 게 좋다. 타미플루를 먹는다면 열이 잡혀도 5일을 채워 약을 먹어야 한다. 중간에 복용을 중단하면 타미플루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독감으로 인한 고열이나 호흡곤란이 치료 후 잡혔는데, 얼마 있다 다시 나타나면 중이염이나 폐렴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중이염은 소아 독감 환자 10~50%에서 나타나는 흔한 후유증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꼭 체크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단, 이런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독감을 치료하는 동시에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건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
Q.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야 할까요.
━
A. 아직 백신을 안 맞았다면 맞는 것이 좋다. 독감은 보통 5월까지 기승을 부리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연중 유행한 만큼 미리 대비하는 게 안전하다. 백신 개발 기술의 한계로 예방효과는 60% 안팎에 그치지만 독감 증상을 약하게, 짧게 겪고 전염력 또한 낮출 수 있다. 독감에 한 번 걸렸더라도 다른 아형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게 바람직하다.
도움말=박준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질병관리청.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머니투데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이동건, 동생 '흉기피살'에 정신병원 입원…"PTSD·알코올 중독" - 머니투데이
- 전지현 불륜?, 손흥민 결혼?…악질 가짜뉴스 유튜버의 최후 - 머니투데이
- 돌연 자취 감춘 5500만 틱톡커…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 - 머니투데이
- 일본 누리꾼 '경성크리처' 불만 폭발…한소희 "슬프지만 사실" - 머니투데이
- "엄마 못 알아보면 어쩌지"…'치매 의심' 김창옥의 눈물 - 머니투데이
- 정준하 "하루 2000만, 월 4억 벌어"…식당 대박에도 못 웃은 이유 - 머니투데이
- "시세차익 25억"…최민환, 슈돌 나온 강남집 38억에 팔았다 - 머니투데이
- 박나래, 기안84와 썸 인정…"깊은 사이였다니" 이시언도 '깜짝'
- "700원짜리가 순식간에 4700원"…'퀀타피아 주가조작 의혹' 전직 경찰간부 구속 - 머니투데이
- "수능 시계 잃어버려" 당황한 수험생에 '표창 시계' 풀어준 경찰 '감동'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