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균 541만원 내면 감형…피해자는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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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행위로 인해 수억 원의 피해를 입은 안모 씨(55)는 지난달 1심 판결문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피고인이 판결 직전에 공탁금을 걸었는데 판사가 감형 사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형사 공탁이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법원의 공탁소에 일정 금액을 맡겨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피해자들이 공탁금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선고일 직전에 이뤄지는데 재판부가 감형 사유로 인정하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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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금 적게 걸어도 봐준다" 입소문에
평균 541만원 … 제도 시행 1년새 42% '뚝'
'기습 공탁' 걸고 감형 받은 사례도 늘어나
지난해 12월부터 인적 사항 등을 몰라도 공탁금을 걸 수 있는 '형사 공탁 특례제도'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형사 공탁금을 적게 걸어도 판사가 감형 사유로 봐준다는 입소문까지 나면서 부작용 사례가 빈번하다.
25일 한국경제신문이 2만3861건의 전국 법원 형사공탁금을 분석할 결과 작년 12월 938만 원이던 형사공탁금 평균 액수는 지난달 541만 원으로 1년새 42.3% 줄었다. 지난달에는 형사공탁금 신청 건수가 2499건으로 공탁법 개정 이후 가장 많았다.
형사 공탁이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법원의 공탁소에 일정 금액을 맡겨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공탁서에 피해자의 이름·주소·주민번호를 반드시 적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신설되면서 피해자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 등만 적으면 공탁할 수 있게 됐다.
선고 직전에 공탁금을 거는 이른바 '기습 공탁'도 빈번하다. 피해자들이 공탁금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선고일 직전에 이뤄지는데 재판부가 감형 사유로 인정하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울산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이성)은 4억 7000여만원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기 혐의를 받는 김 씨는 “내가 대부업을 하고 있는데 돈을 빌려주면 그 돈을 불려서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이고 금품을 가로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씨는 재판 선고일 직전에 기습적으로 공탁금 1000만원을 걸었다.
주말을 빼면 이틀 전에 공탁금을 걸었지만 재판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양형에 적용했다. 울산지검은 재판부의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피고인의 기습 공탁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들이 공탁을 거부하려면 공탁 회수 동의서를 작성해 우편으로 신청하거나 직접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김용규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는 “공탁은 피해 회복이라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공탁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법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서도 개정된 공탁제도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기습적인 공탁으로 인해 부당하게 감형받은 사례를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8월 일선 검찰청에 "피해자 의사를 적극 반영해 기습공탁을 막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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