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꿀잼'인데 대전은 '노잼'이라고요?"

최일 기자 2023. 12.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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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울을 추격하다 보니 지방 도시들끼리 경쟁하게 됩니다. 모방과 반복의 경향이 강해지고 속도가 붙으면서 도시 각각의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는 데 쓰일 시간과 에너지는 부족해지는 것이죠."

대전시민이자 지방정부가 만든 정책연구기관 종사자, 사회학 박사인 그는 대전이 노잼도시가 된 이유로 서울이 되고 싶다는 욕망, 그로 인해 남은 모방과 열패감(劣敗感)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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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펴낸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무모한 서울 따라하기 전략 탈피…'대전만의 것' 강조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뉴스1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울을 추격하다 보니 지방 도시들끼리 경쟁하게 됩니다. 모방과 반복의 경향이 강해지고 속도가 붙으면서 도시 각각의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는 데 쓰일 시간과 에너지는 부족해지는 것이죠.”

최근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도서출판 스리체어스)라는 책을 펴낸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대전시민이자 지방정부가 만든 정책연구기관 종사자, 사회학 박사인 그는 대전이 노잼도시가 된 이유로 서울이 되고 싶다는 욕망, 그로 인해 남은 모방과 열패감(劣敗感)을 꼽았다.

“모방과 열패감만 남은 곳엔 재미가 없습니다. 대전이 꿀잼도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의 작은 손과 미묘한 시선에서 변화는 시작됩니다.”

지방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두텁게 쌓을 수 있고,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지만 무서워 꼼짝하지 않는다. 서울을 모방하는 것이 안전하고, 서울의 것을 가져오는 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수자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주로 이를 연구해 왔다는 저자는 구조적 불평등 속에 사람들은 자신을 밀어낸 존재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동시에 추앙하기도 하는데, 서울에 대해 지방 도시가 갖는 태도와 감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대전뿐 아니라 어느 도시든 그곳에 사는 사람은 자신만의 ‘유잼’을 꾸준하게 개발해 왔다. 사소한 장소나 사건이라도 감각을 열고 깊이 느끼는 순간을 경험하면 모든 도시가 소중하고 의미있다. 그때 생기는 게 바로 재미이고, 그런 경험이 그곳을 다시 방문하게 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이번 책에 ‘성심당의 도시, 대전이 만들어진 이유’라는 부제를 붙인 저자는 △지금은 지방(소멸)시대 △사람들은 검색창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언제부터 대전은 ‘노잼도시’였나 △여기는 왜 힙하지 않은가 △있습니까, 나만의 도시를 만드는 방법 등의 콘텐츠를 담았다.

‘우상향 직선’ 그래프보다 ‘방사형’ 그래프를 그리는 도시가 바람직하다는 그는 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도시는 하나의 가치만 중요하게 여기지만 방사형을 그리는 도시는 소득 증가와 분배, 복지 혜택, 이웃 관계, 모임의 수 등 다방면의 발전 지표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새 건물이 얼마나 들어섰는지, 개발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도 있고, 도시의 옛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보존하는지를 보는 지표도 있는 도시가 좋습니다. 그 사이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주혜진 박사의 저서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표지. /뉴스1

재미없는 도시는 궁금하지 않고. 궁금하지 않은 도시는 매력이 없고, 매력이 없는 도시에는 이야기가 없다는 저자는 “당신은 이 도시의 주인이 되어 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혹시 주인이 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방해 온 것은 아닐까요? 모방 끝에 결국 그 도시를 ‘노잼’이라 느낀 것은 아닐까요? 직접 주체적으로 도시 장소성을 만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나만이 알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노잼도시’는 없습니다.”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7년 대전세종연구원에 입사한 저자는 충남대 사회학과 겸임교수, 대전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전세종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이자 도시정보센터장,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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