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도 불편한 팔로 일군 ‘세이브왕’…서진용, “세이브왕 한 번 더”
SSG의 마무리 투수 서진용(31)은 2023시즌 KBO리그 세이브 부문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관련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단 한 번의 블론세이브 없이 30세이브를 달성한 최초의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서진용은 지난 23일 기자와 통화하며 “처음 ‘노블론 30세이브’를 기록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올해를 돌아봤다.
34세이브까지 계속되던 서진용의 노블론 행진은 지난 8월27일 잠실 두산전에서 깨졌다. 당시 그는 5-4로 한 점 앞선 9회말 등판해 안타 2개와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번 시즌 첫 번째 블론세이브였다. 핑계처럼 여겨질까 지금껏 이야기하지 못한 속사정이 있었다. 당사자의 표현을 빌리면 당시 그의 팔 상태는 ‘역대급’으로 좋지 않았다. 서진용은 “핑계 대는 것 같아 말하진 않았지만, 팔이 너무 욱신거리고 아팠다”고 말했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에서 비롯된 통증이었다.
그는 세수할 때도 뼛조각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팔 상태로 완벽한 공을 던지긴 어려웠다. 서진용은 “뼛조각이 걸려서 팔이 안 접힐 때가 있었다. 팔을 움직여서 뼛조각을 이동시킨 뒤 공을 던져야 했다”며 “팔이 아프니까 포크볼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밋밋하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반기에만 블론세이브 6개를 기록했다.
팔에 이상을 느낀 와중에도 그는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마무리 투수로서 책임감이 컸다. 서진용은 “(노)경은, (고)효준 형 등 다른 불펜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며 “아예 못 던지는 건 아니라서 연투 등 특별한 상황만 아니면 빠지지 않고 등판했다”고 말했다. 불굴의 의지로 투구를 이어간 서진용은 정명원, 진필중, 오승환, 손승락, 고우석 등 KBO리그 역대 단 5명에게만 허락됐던 4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69경기(73이닝) 5승4패 42세이브 평균자책 2.58의 성적을 거둔 그는 당당히 ‘세이브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포스트시즌까지 마치고 한 해를 마무리한 서진용은 가장 먼저 병원을 찾아 지난달 초 뼛조각 제거 수술부터 받았다. CT 검사에서 뼛조각 외에도 팔꿈치 뼈 일부가 깨져 있던 것도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더 나은 팔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다”며 “다음 시즌에는 안 아프고 더 잘해야 한다는 걱정도 있다”고 했다.
현재 서진용은 다음 시즌 개막부터 차질없이 등판할 수 있도록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커리어하이’를 작성한 기운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올해 세이브왕을 했기 때문에 주변도, 저도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부상 없이 꾸준하게 시즌을 치르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내년에도 세이브왕을 한 번 더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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