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③ 류희림 주변 인물도 무차별 민원...공무원, 언론사 대표, 예술단장까지

한상진 2023. 12.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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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 보도 인용 방송사를 처벌해 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하는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을 받고 있다.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중에는 가족 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았거나 활동했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소속 인사들도 있었다.

방심위에 민원을 낸 사람 중에는 류희림 위원장이 경주엑스포 대표를 맡을 당시 경주엑스포와 MOU를 맺은 예술단 대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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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 보도 인용 방송사를 처벌해 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하는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을 받고 있다.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중에는 가족 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았거나 활동했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소속 인사들도 있었다.

2019년부터 류희림 위원장이 사무총장과 대표를 지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들, 대표를 맡아 활동한 미디어연대 간부, 언론인 출신의 현직 방심위 관계자, 심지어 류희림 위원장이 대표로 일할 당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MOU를 맺은 민간단체 대표까지 모조리 동원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이 낸 민원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20여 건에 이른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대표 시절의 류희림 방심위원장

류희림 전 직장 동료, 공무원, 언론사 대표까지 민원 제기

먼저 류희림 위원장의 동생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대구의 A수련원. 이 단체 소속 강사 4명은 장제원 의원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국회에서 뉴스타파 폐간 등을 운운한 9월 4일 이후 적게는 2건, 많게는 4건의 민원을 각각 냈다. 뉴스타파의 지난해 3월 6일 보도, 그리고 이 보도 전에 나온 JTBC의 관련 보도를 문제 삼는 민원과, MBC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문제 삼으며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 등이다. 이들 4명이 쓴 민원은 내용은 물론, 오탈자까지 100% 일치했다. 누군가가 만든 초안을 전달 받아 4명이 복사해 붙이는 식으로 민원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대구에 위치한 A수련원을 찾아가서 이들에게 연락해 민원을 제기한 경위와 이유를 물었다. 강사 이모 씨는 “누구의 부탁을 받은 게 아니고 스스로 결정해 민원을 냈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내용의 민원 글을 쓴 이유와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음은 류희림 위원장이 최근까지 사무총장과 대표이사를 지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들. 이 기관에 파견 나온 경주시 공무원 두 명과 관련 민간인 두 명이 총 5개의 민원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직원 김모 씨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음성파일’ 보도에 대한 민원 2건과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를 심의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 4건을 냈다.

류희림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경주지역 언론사 대표 백 모 씨도 김 씨와 똑같은 내용의 민원 4건을 같은 날 방심위에 냈다. 취재 결과, 나머지 두 사람은 경주엑스포에 파견됐던 경주시 공무원(운전직)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직원 김 씨의 가족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들에게도 연락해 민원을 제기한 이유, 혹시 류희림 위원장으로부터 ‘민원 신청'을 부탁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이들은 “스스로 민원을 냈다”고만 말하며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류희림이 활동했거나 연관된 보수단체 관계자들도 무더기 '복붙' 민원

방심위에 민원을 낸 사람 중에는 류희림 위원장이 경주엑스포 대표를 맡을 당시 경주엑스포와 MOU를 맺은 예술단 대표도 있었다. 이외에도 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류희림 위원장 주변 인물은 더 있다. 류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보수단체 소속 인사들도 여러 명 민원 대열에 합류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김 모 씨와 그 가족, 방통위 국장을 지낸 박 모 미디어연대 대표, 친정부 언론단체로 분류되는 공정언론국민연대의 간부들, MBC 제3노조 관계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보도와 선행 보도인 JTBC 보도에 대해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는데, 내용은 마치 복사해서 갖다 붙인 듯이 동일했다.

뉴스타파는 이들에게도 연락해 민원을 제기한 경위, 그리고 어떻게 똑같은 내용의 민원을 방심위에 넣게 된 것인지를 물었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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