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① 방심위원장 류희림, 가족 지인 동원 '청부 민원' 의혹

박종화 2023. 12. 25. 1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방송의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청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류희림의 이른바 '청부 민원' 정황은 최근 변호사가 익명의 제보자를 대리해 국민권익위에 접수한 공익신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9월 초 방심위에 쏟아진 관련 민원들의 상당수가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등 관계인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방심위는 이 민원들을 근거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에 대해 긴급 심의를 결정했고, 지난 11월 KBS, MBC, YTN, JTBC 4개 방송사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수천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최종 결정했다.

방심위 사상 최대 징계 결정이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셀프 심의로 인한 결과라는 점이 드러나면, 징계의 정당성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류희림 위원장 역시 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권 타임라인과 같이 움직이는 방심위의 뉴스타파 긴급심의

지난 8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해촉했다. 동시에 류희림 미디어연대 대표를 방심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2주 뒤인 9월 1일, 검찰은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금품거래 등을 이유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집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9월 4일, 국회 과방위에 출석한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사흘 뒤인 9월 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과방위에 나와 뉴스타파를 겨냥해 “지금 수사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 말하자면 이것을 모니터하고 또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가 끝나고 한 시간 뒤인 오후 5시 반쯤부터 방심위 온라인 창구로 민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해 방송한 KBS, MBC, JTBC, YTN 등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9월 5일 아침 10시,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가 열렸다. 그 시점까지 유사한 내용으로 무려 70건의 민원이 물밀듯 들어왔다. 방송소위는 사무처에서 안건으로 올린 방송 관련 민원을 1차로 심의해 전체 회의로 올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날 방송소위에는 3명의 위원이 참석했는데 여당 측 추천위원인 허연회 위원이 기타 의견으로 “뉴스타파 보도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자”는 말을 꺼냈다.

7. 기타
ㅇ허연회 위원-위원장님, 제가 의견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 국민들의 관심 사항이나 사회적 이슈 건에 대해서는 긴급 심의 건으로 채택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또는 뉴스타파 건, 어제 국회에서 엄청 난리가 나고 언론에서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 건, 이런 것은 지난 번에 이태원 때처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을 해서 민원이 들어오는 즉시 긴급 심의를 해주십사 하는 그런 의견을 냅니다.

ㅇ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민원 들어온 거 있나요, 국장님?

ㅇ이ㅇㅇ 방송심의국장
-예, 있습니다. 뉴스타파 관련 그 당시 언론사 보도에 대해서 민원이 들어온 건은 있습니다.
(중략)
ㅇ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
-그러면 어저께 국회에서 난리가 났으니까 국민들도 관심사가 있을 거고 하니까 허위 인터뷰 제보 관련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시의적절하게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에 관해서는 언론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저는 긴급 안건이라고 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허연회 위원님하고 저하고 동의하면 되는 거죠?
- ▲9월 5일 오전 10시에 열린 제31차 방송심의소위 정기회의 회의록 발췌.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보도' 관련 방송을 긴급 심의 안건으로 다룰 것을 결정했다.                                                                                            

9월 5일 방송소위 회의록을 보면 하루 전 저녁부터 쏟아진 민원이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 인용 방송에 대해 신속 심의를 결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방심위가 신속심의 결정을 한 9월 5일 용산 대통령실은 뉴스타파 보도를 두고 “희대의 대선공작”이라고 공격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는 방송사들에 대한 사상 최대의 과징금 폭탄으로 이어졌는데 결국 그 시발점은 9월 4일부터 잇달아 들어온 민원이었다.

제수에 처제, 조카…전 직장 동료까지

뉴스타파는 군사작전처럼 벌어진 일련의 과정 배후에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국민권익위 신고서를 입수했다. 박은선 변호사를 통해 ‘비실명 대리 신고’를 한 익명의 공익신고자는 류 위원장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방심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이 신고서를 기반으로 취재한 결과,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중 최소 6명이 민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 위원장 지인과 주변 인물도 대거 동원됐다.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방송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은 9월 4일부터 18일까지 2백 70여 건이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최소 127 건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혹은 관련 단체 관계자가 낸 민원이었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은 이해 충돌 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심의 및 징계 관련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270여 건의 방심위 민원 중 45%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이나 지인 혹은 관계자의 조직적 민원으로 확인됐다.

민원인 가운데 류 위원장 가족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은 6명이다. 동생 류OO, 동생의 부인 이OO, 아들 류OO, 처제 김OO, 동서 김OO, 그리고 조카 채OO이다. 이들의 민원은 9월 4일부터 6일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도 조직적 민원을 제기했다.

류 위원장은 2019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사무총장과 대표로 재직했는데, 이 단체 관계자들도 민원을 넣었다. 경주문화엑스포 소속 공무원을 비롯해 경주문화엑스포와 MOU를 맺은 예술단체 대표, 경주시 홍보자문위원 등 관련인도 6명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대표를 역임했던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공무원 및 관련 민간인도 민원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또, 류 위원장은 지난 10월 17일 방심위 자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임명했는데, 방송언어특위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박 모, 김 모 씨도 민원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가장 처음 민원을 넣은 사람들이다. 이 중 특히 박 씨는 류 위원장과의 인연이 깊다. 류 위원장이 방심위에 오기 직전까지 대표를 지낸 시민단체 '미디어연대'의 사무처장 출신이다.

민원 내용 무더기 ‘복붙’...오타까지 똑같거나, 거의 유사

권익위 신고서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 관계인들의 민원 내용은 서로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모종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Mbc pd수첩은 지난 2022년 대선을 하루앞둔 3월8일 (중략) 엄중한 심의를 요청합니다
- ▲[사례1] 신청내용 100% 일치 1

위의 민원은 복수의 서로 다른 민원인이 신청했는데 내용이 100% 일치한다.

지난 지상파 mbc 2022년 3월7일 (중략) 당시 윤석열후보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마치 사실인냥 보도한 것에 대하여

- ▲[사례2] 신청내용 100% 일치 2

위 민원 내용도 다른 복수의 민원인이 작성했는데 내용이 똑같다.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중략) 마치 사실인냥 보도한데 대해
- ▲[사례3] 물음표 오타까지 일치

위 내용처럼 심지어 물음표 오타가 난 민원 내용이 10여 명이 낸 민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누군가가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했거나 명의를 빌려 신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밖에 박 모 씨가 낸 민원 내용은 20명 가까운 다른 민원인들이 낸 민원과 매우 유사하다. 

익명 제보자 "철저한 조사 요청"

국민권익귀에 신고서를 접수한 익명의 제보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과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규칙,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방심위는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넷 통신 정보에 대해 시청자 불만 민원 등을 접수받아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관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간섭을 배제하는 독립 민간기구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이 임명된 지난 9월 이후 방심위의 행보는 마치 정권의 하명을 받아 움직이는 조직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방송사에 대한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와 뉴스타파 인용 보도 탄압의 배후에 희대의 방심위 청부 민원과 조직적 사주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번 '청부 민원' 의혹은 독립 기관인 방심위의 수장이 정권의 '하명'을 실행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정황까지 시사한다. 

자세한 내용은 후속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