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대부 떠났다…창업자 사망에 최저가 찍은 '센스타임'

박수현 기자 2023. 12.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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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가 찾아드립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슬픈 소식을 전합니다. 경애하는 창업자, 인공지능 과학자, 푸장 연구소 소장, 상하이 인공지능 연구소 소장인 탕샤오어우 홍콩 중문대 교수가 지난 15일 밤 11시45분 우리와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센스타임 홈페이지)

지난 18일. 홍콩 증권거래소가 열리자 중국 대형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센스타임(商湯科技)의 주가가 18%대 급락했다. 이틀 전 올라온 창업자의 부고 소식 때문이었다. 시장은 중국 인공지능 학계의 권위자이자 회사의 상징이었던 탕샤오어우 교수의 공백에 '패닉셀'(공황 매도)을 이어갔다.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다. 올해 홍콩 증시 약세와 적자 행진에 창업자 부재라는 악재 삼박자가 겹쳐서다. 상반기엔 인공지능 열풍으로 하루에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자 주가는 착실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지난 22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센스타임은 전일 대비 6.09% 내린 1.08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센스타임의 주가는 지난 18일 급락한 뒤로부터 1홍콩달러대 극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올 초와 비교하면 50.68% 빠졌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18.89%) 낙폭의 2배를 훌쩍 웃돈다.

센스타임은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출신 탕 교수와 동료, 제자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중국 내에서는 높은 인지도와 성장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업계에서 '네 마리의 작은 용'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이 덕에 2021년 12월 상장 당일엔 주가가 23% 급등했다. 상장 3거래일차엔 9.7홍콩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홍콩 증시의 부진 때문도 있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도 있었다. 센스타임은 2019년부터 미국 상무부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2021년 12월에는 미국 재무부의 투자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안면인식·영상분석 기술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감시를 돕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중국 내에서는 대기업과 협업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사업을 이어갔고, 텐센트 그룹의 모바일 게임에서 증강현실을 구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챗 GPT에 대항할 자체 AI 챗봇으로 거대언어모델(LLM) '센스노바'에 기반한 '센스챗'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실적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센스타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14억3000위안,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31억4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센스타임의 사업 부문은 크게 스마트 비즈니스·생활·도시·자동차로 나뉘는데, 상반기엔 비즈니스와 생활 부문 매출이 각각 50.2%, 6.7% 증가했지만 시티와 자동차 부문 매출은 57.7%, 3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생성형 AI 사업의 뚜렷한 성장이다. 올해 상반기 신제품을 내놨던 센스타임의 생성형 AI 관련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70% 증가했으며, 전체 실적에서 생성형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 10.4%에서 올해 상반기 20.3%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증권가에서도 센스타임이 2025년까지는 영업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높게 평가했다.

센스타임이 비록 적자를 이어가며 기술의 수익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데다 중국 인공지능 업계의 선두 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 혹은 '비중 확대'가 적절하다는 평이다. 천멍주 궈하이증권 연구원도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며 "거시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리지만 전체 실적이 견조한 편이고 생성형 AI 관련 수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센스타임의 거의 유일한 장점인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공매도 투자사 그리즐리 리서치는 보고서를 내고 센스타임이 매출 왕복거래로 실적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센스타임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주가는 4%대 빠지면서 장을 마감했다.

그리즐리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센스타임은 성장 가능성 없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사업과 미래 수익을 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부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라며 "서방 국가들은 민감한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일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센스타임의 AI 기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그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쇼"라고 평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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