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약방의 감초인데 어쩌나”… 인도발 ‘양파 대란’에 신음하는 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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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인도발 '양파 대란'에 신음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양파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 온 인도가 국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를 막은 탓이다.
양파는 카레 같은 인도인의 주식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라 내수 소비가 많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양파 수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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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국가 주식에 들어가는 탓 어려움
#.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거주하는 주부 디프티 바타는 17일(현지시간) 시장에서 채소를 사다 깜짝 놀랐다. 일주일 전만 해도 1㎏에 120네팔루피(약 1,174원)였던 양파 가격이 200네팔루피로 뛰었기 때문이다. 바타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양파 없이는 요리하기 어렵고 재고가 없는 곳도 많아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인도발 ‘양파 대란’에 신음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양파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 온 인도가 국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를 막은 탓이다. 내년 총선에서 세 번째 집권을 노리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민심 확보를 위해 ‘자국민 밥상 지키기’에 나선 결과, 이웃 국가 식탁 물가도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양파 가격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네팔에선 소매점 기준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방글라데시에서도 이달 초 1㎏당 130타카(약 1,540원)에서 200타카로 50% 이상 상승했다.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몰디브 등은 물론,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양파 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인도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다. 올여름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인도 음식 주재료인 양파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인도 내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면서 물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5%로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수출 물량을 모두 국내로 돌리기로 했다. 양파는 카레 같은 인도인의 주식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라 내수 소비가 많다. 한국의 김장철 배추처럼 양파 값이 체감 경기를 알려 주는 지표다.
인도가 공급을 끊자 이웃 나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양파 수출국이다. 연간 수출량이 250만 톤인데, 이 중 51%가 아시아에서 소비된다. 파키스탄 일간 돈은 “카레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비리아니(사프란으로 향을 낸 쌀에 각종 향신료 등을 넣고 만든 요리), 네팔 칠리 치킨, 말레이시아 벨라칸(말린 새우 반죽 요리)까지 주식(主食) 대부분에 양파가 들어가는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양파 부족 해결을 위해 중국이나 이집트, 터키 등에서 수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인도산 양파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데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양파 특성상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분간은 해결될 기미도 없다. 로이터는 정치적 이유로 아시아 지역 양파 값 상승세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디 총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3선을 노린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재집권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국 식품 가격 상승을 누르기 위해 강도 높은 억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인도에서, 특히 현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에 양파 가격 상승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1980년 총선 당시 인디라 간디 전 총리가 이끌던 인도국민회의는 양파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폭등을 선거 이슈로 쟁점화해 하원 65%를 휩쓸었고, 인도국민당은 정권을 빼앗겼다. 현 정부가 양파 수출 제한 조치를 쉽게 철회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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