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폭행 약물 대책 발표한 날…영국 내무장관 "아내 술잔에 약물 넣는다" 농담

김현종 2023. 12. 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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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무장관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내 술잔에 '성폭행 약물'을 넣는다고 농담했다가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농담을 한 날은 영국 내무부가 연말 파티 시즌을 앞두고 성폭행 약물 대책을 발표한 당일이었다.

논란의 농담이 나온 17일 영국 내무부는 연말 스파이킹 단속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노동당 예비내각의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정부가 스파이킹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 날 내무장관이 이런 끔찍한 농담을 했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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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벌리 장관, 기자 저녁자리서 농담
"매일 아내 술잔에 수면제 몰래 넣는다"
비판 쏟아지자 대변인 통해 "사과" 성명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장관이 19일 런던 총리관저 인근에서 걸어가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내무장관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내 술잔에 ‘성폭행 약물’을 넣는다고 농담했다가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농담을 한 날은 영국 내무부가 연말 파티 시즌을 앞두고 성폭행 약물 대책을 발표한 당일이었다.

영국 선데이미러는 24일(현지시간) 클레벌리 장관이 지난 17일 밤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 정부 관계자, 정치부 기자 등과 저녁 자리를 가지면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클레벌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부 여성 참석자들에게 “매일 밤 아내의 술잔에 소량의 ‘로히프놀’을 넣는데, 아주 조금만 넣는다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대표적인 성폭행 약물로 알려진 수면제 로히프놀을 농담 소재로 써먹은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결혼 생활 비결이 "아내가 더 나은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 깨닫지 못하도록 항상 약하게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통상 총리관저 리셉션에서 오가는 대화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이지만 선데이미러는 클레벌리 장관의 지위와 발언의 부적절함을 고려해 관습을 깨고 그의 발언을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영국 사회는 분노했다. 여성의 술잔에 몰래 약을 타는 행위를 뜻하는 ‘스파이킹(Spiking)’과 이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는 최근 영국 사회에서 새로운 문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관련 신고만 한 달 평균 561건이 접수되고 있지만, 기소로 연결되는 사건은 신고 400건 당 1건에 불과하다. 논란의 농담이 나온 17일 영국 내무부는 연말 스파이킹 단속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여성단체 ‘리클레임 더 스트리트’의 안나 벌리는 영국 가디언에 “성폭행을 재밌다고 생각하는 내무장관이 있는 동안 여성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영국 노동당 예비내각의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정부가 스파이킹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 날 내무장관이 이런 끔찍한 농담을 했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클레벌리 장관의 대변인은 "사적인 대화가 오가던 자리에서 장관이 스파이킹을 언급한 건 명백히 아이러니한 농담이었다"며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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