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은 악법?…대체로 틀림[팩트체크]
한동훈의 법안 비판은 ‘내로남불’
‘김건희 여사 특검법’ 정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법에 따라 오는 2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예고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배우자 방탄’에 따른 여론 역풍을 감수하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도 “반헌법적”이라며 공격에 나섰다.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만 있고,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고,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선전·선동할 목적으로 법 통과 시점을 특정했다는 것이다.
한 전 장관과 여당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 전 장관이 검사 시절 참여한 특검법도 특검 야당 추천, 수사상황 생중계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검법 통과 시점 역시 여당의 반대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되면서 늦춰진 면이 있다. “법 앞에 예외 없다”던 한 전 장관의 김 여사 지키기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나온다.
야당 특검 추천은 부당하다?
한동훈 참여 과거 특검도 같은 방식
한 전 장관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여당을 특검 추천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김 여사 특검법은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민주당)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들(정의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여당을 특검 추천에서 배제한 특검법 전례들이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서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이 각각 배제됐다. 다만 야당 중에 교섭단체가 아닌 비교섭단체에도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조항은 이례적이다.
야당은 여당의 특검 추천권 배제는 특검의 공정성·중립성·독립성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일가의 의혹을 수사할 특검 추천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여당에 허용한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사상황 생중계는 독소조항이다?
최순실 특검 등도 같은 방식이었다
한 전 장관은 특검법에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있다”고 말했다. 특검법은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수사대상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한 전 장관이 과거 특검팀으로 참여했던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도 수사상황 브리핑 조항이 있었다.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과 ‘드루킹 특검법’ 때도 같은 조항이 있었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한 전 장관은 최순실 특검팀에서 두 가지 조항(여당 특검 추천 배제·수사 상황 브리핑)을 다 활용해 일했던 당사자이면서 유독 김 여사에게는 같은 조항이 독소조항이고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 법안이다?
패스트트랙 올린 데는 여당 책임도
한 전 장관은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할 수 있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에 지정하던 지난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 박홍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MBC 라디오에서 특검법 상정 시기로 올해 연말을 지목하면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실제 총선을 앞두고 특검이 실시되고 있는 과정에 대한 부담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총선 직전에 특검법을 통과시킬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김 여사 특검법이 왜 이 시기까지 미뤄졌는지 국민의힘에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며 “시기 관련 원망을 하려면 국민의힘에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2년간 털어도 안 나왔다?
지난 2월 주가조작 공범들 1심 유죄 판결
검찰의 김 여사 수사는 4년간 지지부진
국민의힘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꺼내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은 이미 문재인 정권 당시 2년 가까이 탈탈 털어 수사했지만 어떤 혐의도 찾지 못한 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2월에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1심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수사가 필요하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여사 계좌 2개가 주가조작 일당에 의해 운용됐다고 적시했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102건 중 ‘김건희 계좌’ 거래는 무려 48건에 이른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범죄다.
그간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적지 않다. 2020년 3월 첫 고발 이후 4년이 다 지나도록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척된 게 없다. 그럼에도 한 전 장관은 법무장관 재직 시절 야당의 수사 질의에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공정하게 처분할 것”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소환이나 압수수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것이 한 장관의 비호 없이도 가능한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70%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가 70%,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가 20%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전 장관의 과거 발언도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는 “법 앞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 “수사 당사자가 쇼핑하듯 수사기관을 선택 못한다”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 전 장관이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나고 수사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여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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