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레나 쉐겔 "전쟁 2년, 우크라이나…성탄 날짜까지 바꾼 이유"
선물없이 조용한 크리스마스…추모의 날 의미
휴전하자면서 공격…푸틴 휴전 제안은 '빈말'
일부 영토만? 러, 우크라 전반 통제권 원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소식을 들어볼 텐데요.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에는 지금 연결할 수 있는 한국인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향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고 또 고향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한 분을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외대 우크라이나 학과의 올레나 쉐겔 교수 만나볼까요? 쉐겔 교수님 안녕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올레나 쉐겔> 안녕하십니까?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 김현정> 얼마 전에 어떤 소식이 들려왔냐면 우크라이나가 올해부터 성탄절을 다른 나라들처럼 12월 25일로 바꾼다, 이런 뉴스였어요.
◆ 올레나 쉐겔>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는 그러면 성탄절이 12월 25일이 아니었다는 얘기인가요?
◆ 올레나 쉐겔> 네, 맞습니다. 원래 작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1월 6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였고요. 1월 7일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크리스마스라는 게 있긴 있는데 날짜만 달랐던 거네요.
◆ 올레나 쉐겔> 네. 그런데 그 이유를 제가 설명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우크라이나는 사실은 18세기 말부터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는데 러시아 제국에서는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기 전까지 1918년까지는 율리우스력, 그러니까 옛날 달력을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옛날 달력.
◆ 올레나 쉐겔> 그런데 그 달력은 그 차이를 보시면 2주가 차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12월 25일이랑 1월 7일이랑 딱 2주 차이가 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일방적으로는 그레고리아력을 받아들이게 됐지만 정교회에서는 예전대로 이 옛날 달력 사용하고 있었던 거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러시아의 종교인 그리스 정교회에서는 옛날 달력을 그냥 쭉 유지하다 보니까 2주 차이가 나는.
◆ 올레나 쉐겔> 그렇죠. 들으신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어요. 그러면 우크라이나는 왜 러시아 정교회대로, 이렇게 정교회가 전한 대로 크리스마스 등 종교적인 그런 주기를 맞이했는지 되게 궁금하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사실은 17세기 말까지는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독립한 교회였는데 17세기 말에 러시아는 그때 우크라이나가 그 당시에는 정치가 불완전하고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임시로 러시아 정교회에서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관리하도록 했었는데 그 임시가 수세기 동안, 사실은 2019년까지 이렇게 이어지게 된 거거든요.
◇ 김현정> 정리하자면, 말하자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달력 독립을 한 셈이네요. 성탄 독립을 한 셈이네요.
◆ 올레나 쉐겔> 그게 사람들한테는 너무 갑작스럽게 바꾸게 되면 받아들이기가 여러모로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천천히 신자들한테 설명도 많이 하고 왜 이러는지 설명하면서 천천히 바꾸자 했었는데 2022년에 대전쟁이 시작하면서 그 과정이 가속화가 된 거죠. 그래서 올해는 처음으로 오늘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원래 크리스마스이던 1월 7일의 우크라이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여느 나라, 다른 나라 12월 25일 크리스마스하고 비슷했어요? 전쟁 전에.
◆ 올레나 쉐겔> 사실은 우크라이나는 정교회 국가이다 보니까 가톨릭 국가들과 다르게 크리스마스 때는 선물을 주지 않거든요.
◇ 김현정> 선물은 없어요.
◆ 올레나 쉐겔> 네, 그래서 이렇게 상업적인 그런 의미가 없고요. 정말 이렇게 가족들끼리 모여서 같이 식사하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그런 날이거든요.
◇ 김현정> 축제 분위기, 기쁨의 분위기 나누는 건 마찬가지였어요.
◆ 올레나 쉐겔>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는 전쟁 중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습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어떻다고 하나요?
◆ 올레나 쉐겔> 아무리 그래도 기뻐만 할 수는 없죠. 그래서 그 교회에서도 예배할 때, 기도할 때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은 부상 입기도 하고 또 사망자도 많이 있다 보니까 추모의 날, 그런 추모의 의미가 많이 주가 됐었죠. 그래서 사실은 작년에도 한국에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내년 크리스마스는 우리가 즐겁게, 정말 아주 기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변화가 찾아와서.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도 우리가 기뻐하면서도 이렇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올려야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제가 그 외신을 통해서 전해진 사진 보니까 탄약으로 장식한 트리가 있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던데. 가족들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계시잖아요.
◆ 올레나 쉐겔> 지금 저희 부모님은 피난을 가셨고 그런데 외삼촌, 사촌들, 외숙모 다 남부에 사시거든요. 헤르손이랑 니콜라에., 그쪽에서 사시는데 아시겠지만 한 일주일 전부터는 그 지역은 굉장히 공격이 많이 활발화 됐었거든요. 그래서 그 삼촌이랑 전화를 하다 보니까 크리스마스 때 어떻게 계획하고 계세요? 물어보니까 지금 그거 생각할 시간이 아니다. 그건 생각 못 하겠다 하도 지금 이 공격을 많이 받고 있어서. 그래서 지역에 따라 지금 좀 분위기가 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이 전선이랑 가까운 데 계시는 분들은 좀 이렇게 마음 놓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는 없죠.
◇ 김현정> 그렇겠네요. 그 전쟁이 지금 정확히 얼마가 됐죠?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한 지.
◆ 올레나 쉐겔> 지금 2년이 다 돼갑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올레나 쉐겔> 전쟁이 장기화됐죠.
◇ 김현정> 미국 뉴욕타임즈 보도를 보니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휴전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우크라이나에 조용히 보내고 있다,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이게 사실입니까? 현지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 올레나 쉐겔>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 부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죠. 왜냐하면 전쟁 초기에는 2022년 3~4월달에 몇 번 러시아 측이랑 만나서 러시아 측에서는 휴전하자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고 사격을 중지했는데 우리만 사격을 중지했지 러시아는 여전히 우리를 공격을 했었거든요. 최전선에 가 있는 사람들이랑 얘기해보면 그거는 빈말이다. 그건 믿어서 안 된다. 만약에 그렇게 하게 되면 다시 우리만 휴전을 하지 그쪽은 지킬 생각이 없고 그냥 빈말 이렇게 내던지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최전선에서 그건 빈말 같다. 괜히 휴전하자고 우리만 손 놓으면 그때 공격 또 들어올 수 있다, 이렇게 파악하고 있단 말이에요?
◆ 올레나 쉐겔> 지금까지로 휴전을 지키는 건 한 번도 없습니다.
◇ 김현정> 한 번도 없으니까. 이런 얘기도 들려요. 푸틴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 확보했다는 걸 인정만 해주면 승리 선언을 하고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이런 얘기도 지금 들리거든요. 만약 그걸 요구해 온다면 아직 요구한 건 아닙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요구해 온다면 정말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일부를 넘기고 러시아가 승리 선언하도록 하고 그걸로 전쟁 끝, 이렇게 응할 수 있습니까?
◆ 올레나 쉐겔> 제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조금 쉽지 않은데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러시아의 목적이 우크라이나의 어떤 특수한 지역을 점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통제권, 자기의 영향권에 넣으려고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이렇게 지금 싸우고 있는 거는 사실은 수차례 러시아로부터 침략을 당하기도 했고 우리가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지금 싸우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러시아 경제권에 들어가게 되면 우크라이나가 정말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그런 우려가 굉장히 심하고.
◇ 김현정> 일부가 어딘가도 이게 중요한 문제일 테고 설사 그 일부라는 게 조정이 돼서 넘겨준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그칠 러시아가 아니기 때문에 쉐겔 교수 보시기에는 아마 이런 식의 협상은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거다.
◆ 올레나 쉐겔> 쉽지 않을 겁니다.
◇ 김현정> 오늘 크리스마스입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가장 큰 기도는 뭐니뭐니 해도 평화겠죠.
◆ 올레나 쉐겔> 내년 크리스마스는 정말 평화롭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진짜로요, 진짜 내년 크리스마스는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와서 그 철수했던 한국인들 다시 돌아가고 가서 그 우크라이나 교민들하고 한국 교민들하고 전화 연결할 수 있는 이 상황이 됐으면 저도 정말 좋겠고요. 쉐겔 교수가 우크라이나인들을 대표해서 평화의 메시지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메시지 전해주시겠어요?
◆ 올레나 쉐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전쟁이 빨리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짧지만 그 말 안에 힘이 있네요. 저도 꼭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쉐겔 교수님 오늘 감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올레나 쉐겔>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학과에 올레나 쉐겔 교수까지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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