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성공 염원했던 전북도민…"자존심 크게 상했다"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전북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SOC 예산 삭감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뉴스1전북취재본부>는 올 한 해 전북을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해 3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전북=뉴스1) 유승훈 기자 = 올 여름 전북 부안에서 열린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전 국민, 특히 전북도민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그 상처와 아픔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전북도민에게 ‘잼버리’는 일종의 금기어로 취급된다.
잼버리는 많은 우려 속에 8월1일 개막했다. 7월부터 이어진 폭우는 잼버리 성공 개최를 의심케 했다. 부지는 침수됐고 폭염, 병해충 등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정부(조직위)와 개최지(전북도) 등은 성공 개최를 매일 장담했다.
축제는 8월1일부터 12일까지 열릴 계획이었다. 전 세계 159개국 4만3225명(국내 3896명, 국외 3만9359)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였다.
잼버리 부지는 8.84㎢ 규모로 조성됐다. 축구장 1071배,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다. 이곳은 수일에 걸쳐 수만 개의 텐트가 세워지며 이른바 ‘텐트 도시’로 변모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개막 첫날 십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직위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으로 인식했다. 당시 조직위 사무총장은 ‘참가자들의 정신력이 놀라울 정도’라며 폭염에 대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참가 대원들도 행사장 곳곳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푹푹 찌는 더위지만 축제는 축제’라는 말이 돌았다.
개막 이튿날 온열질환자가 400여명에 달한다는 조직위 사무총장의 발언이 나온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나중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사무총장의 이 발표 수치는 오류(벌레 물림 등 여타 질환자 모두 포함)였다. 다만, 조직위의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이때부터 본격화 된다.
개영식에서는 100여명에 가까운 온열질환자(쓰러짐 등)가 발생한다. 개영식 취소·중단이 논의됐지만 강행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온열 질환자는 이후 하루 1000명대로 늘었다. ‘굳이 여름에 대회를 치러야 하느냐, 그늘 없는 새만금 부지가 문제다’ 등의 지적도 잇따랐다.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SNS를 중심으로 ‘생존게임’ 논란이 일며 폭염 우려에 뒤쳐져 있던 위생 문제 등이 대두된다. 대원들에게 지급된 ‘곰팡이 (구운)계란’ 등과 함께 화장실과 샤워실 위생 문제, 편의시설 부족 문제가 수면위로 오른다.
개인 수준이지만 퇴영자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개막 나흘 째 정부는 뒤늦게 ‘전폭적 지원책’을 발표한다. 폭염 등 자연적 리스크는 물론 조직위의 운영 부실 논란까지 불거지던 시점이었다. 정부와 조직위는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분위기 전환은 ‘자국민 보호’ 명분을 내세운 영국, 미국 등의 집단 퇴영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실패한다. 잼버리 참가 각국 대표단들은 대회 중단을 논의했지만 강행된다. 운영 프로그램은 야외 중심에서 실내나 영외 프로그램 소화로 일부 수정된다.
볼썽사나운 사건도 일어난다. 한 외국인 남성 대원(지도자)이 여성 샤워실을 훔쳐보다 발각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피해) 연맹 대원 80여명은 집단 퇴영을 결정한다. 아울러 조직위의 소극적 대처를 비판했다.
‘겹치고 또 겹치는 형국’. 대회 중반에 들어선 7일 태풍 ‘카눈’ 상륙 소식에 대회장은 술렁였다. 대회가 잠정 중단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결국 스카우트 연맹과 조직위 등은 ‘새만금 철수’를 결정한다.
8일 오전부터 각국 대원들은 수도권과 서울로 이동(일부 국가 5000여명 대원 전북 잔류)을 시작했다. 철수 인원 3만6000여명. 이들의 이동에는 버스 1000여대가 동원됐다. 이로써 전북 새만금에서의 잼버리는 사실상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은 이들이 머물 숙소와 음식, 체험 프로그램 등을 일사천리로 마련하는 신속 대응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폐영식과 큰 주목을 받은 'K-POP 콘서트'는 결국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렸다.
새만금 잼버리는 전북도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지역 내 최대 국제행사 개최라는 명예를 지켜내기 위해 하나로 뭉친 도민들이었기에 더 그러했다. 대회 홍보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폭염 때는 도민 한 명 한 명이 생수를 얼려 전 세계 대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대회 마무리 이후 잼버리 파행 책임은 전북도에게 전가됐다. 대회의 가장 큰 파행 사유인 위생 문제 등의 경우 조직위의 업무였지만 전북도가 모든 것을 떠안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아울러 잼버리 파행의 불똥은 전북도민의 수십 년 희망인 ‘새만금 사업’으로 튀었다. 당시 여당 일부 관계자는 새만금을 ‘혈세 도둑’으로 폄훼했다.
이후 기재부는 새만금 관련 SOC(10개 사업) 예산을 부처 반영액 대비 무려 78%까지 삭감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복원됐지만 관련 사업 추진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회가 끝나고 5개월이 다 되는 현재까지 전북도 등에 대한 감사원의 잼버리 관련 감사는 계속되고 있다.
9125i1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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