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혈압 막혀 쌍코피 터져, 하마터면 큰일날뻔”[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김윤석은 최근 들어 실화 바탕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극비수사’(2015), ‘남한산성’(2017), ‘1987’(2017), ‘암수살인’(2018), ‘모가디슈’(2021)에 이어 ‘노량:죽음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그는 실화의 매력에 빠졌다.
“제가 받았던 시나리오 중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선택한 거죠. 확실한 건 실화에는 힘이 있어요. 그게 나를 끌리게 해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인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6년 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렸다.
그는 ‘모가디슈’를 촬영하던 모로코에서 이메일로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명량’의 최민식이 용장, ‘한산’의 박해일이 지장이라면, ‘노량’의 김윤석은 현장(현명한 장수)이다.
모로코에서 ‘노량’ 시나리오 받아
“영화를 준비하면서 임진왜란이 처절한 전쟁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됐어요. 당신 조선인구가 800만에서 1,000만이었는데, 그 절반인 400만명이 죽었어요. 총과 칼에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염병으로 죽었죠. 이순신 장군은 끝까지 쫓아가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야만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점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실제 명나라와 왜군은 경기도를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 조선을 분할 통치하려는 속셈으로 휴전 협상을 벌였다. 편집된 대사 중에 “그 지루한 협상과 간악한 계략을 잊었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군을 끝까지 섬멸하려는 이유다.
4번 타자처럼 스윙하며 북 쳤다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는 북소리다.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북소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 쟁쟁하게 울린다.
“북 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쉽지 않았어요. 4번 타자 정도의 스윙이 나와야 했거든요. 아비규환의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전투의지를 독려하는 것은 북소리밖에 없었겠죠. 중독성이 있고, 묘한 힘이 있어요. 너무 열심히 치다가 어깨에 근육통이 왔죠. 300번 정도 휘두른 것 같아요.”
혈압 막혀 코피 쏟아져
코피도 쏟았다. 여수에서 밤 장면을 촬영하고 있을 때, 코에서 피가 흘렀다. 휴지로 막았는데,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갔다. 의사가 갑옷을 벗으라고 했다. 갑옷은 모양새가 군밤장수처럼 펑퍼짐해서 꽉 쪼여야한다. 너무 세게 묶어서 혈압이 막혔다. 그 여파로 코 점막이 터졌다.
“세 사람이 갑옷을 입혀줘요. 촬영 중에 벗을 수가 없어요. 20kg이거든요. 응급실에 빨리 안 갔으면 뒤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들 면 죽는 장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
극중에서 이순신은 아들 면이 왜적 칼에 맞아 죽는 꿈을 꾼다. 눈 앞에서 아들이 칼에 살해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은 굉장히 잔인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 핏줄이 죽임을 당하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육체적으로는 배 위에서 연기하는게 힘들었죠. 강릉 빙상 경기장에서 찍었는데, 배가 계속 움직이고, 흔들려요. 멀미가 나더라고요. 제가 비틀거리면 NG가 나니까,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썼죠. 배를 움직이게 하는 짐벌 소리는 왜 이렇게 기괴하던지. 사람이 몽롱해지더라고요.”
마지막 유언 장면, 50대 군인이 죽는다고 생각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결말이다. 죽음이 진실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웅의 죽음이 아니라 직업이 군인인 50대가 죽는다고 여겼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전투의 절정이었잖아요. 싸움이 급하죠.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나가 싸우라는 말을 해요. 그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는 여전히 이순신 장군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게다. 자신이 연출한 ‘미성년’에서도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기회가 되면 연출은 또 하고 싶어요. 현재 많은 작품을 검토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노량’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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