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또 그 생각이세요?”…평생 마음둔 건 전통주, ‘우곡’ 따라 술빚기 [푸디人]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인 영평 현령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는 1797년(정조 21년) 9월부터 1800년(순조 즉위년) 9월까지 영평(포천시에 흡수전 영평군) 현령(永平縣令)을 지냈다.
이 때 박제가가 포천과 영평을 배경으로 지은 시가 많은데, 한시인 ‘유포천망월등산(踰抱川松峙望懸燈山)’이 대표적이다. 이 시는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명덕리와 군내면 상성북리를 이어주는 솔재를 넘어가다가 바라보이는 현등산(懸燈山)(지금의 운악산)의 풍광을 보고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상면주가는 국순당을 설립한 우곡 배상면(裵商冕, 1924-2013) 회장의 차남 배영호가 1996년에 독립해서 세운 회사이다. 배 회장은 별세하기 전 산사원에 머무르기도 했다.
고인의 슬하에는 2남1녀가 있는데 모두 부친을 따라 전통주에 매진했다. 장남 배중호 대표는 ‘국순당’을, 장녀 배혜정 대표는 ‘배혜정도가’를 각각 운영해왔다. 국순당은 현재 배중호 대표 장남인 배상민 대표가 대를 잇고 있다.
차남 배영호 대표는 ‘배상면주가’를 창업했다. 산사춘과 느린마을 막걸리로 유명한 배상면주가는 유일하게 배 회장의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지었다.
배 회장은 배영호 대표에게 이름을 물려주면서 세 가지를 다짐받았다.
‘전통주 한길만 가라.’ ‘절대 품질과 타협하지 마라.’ ‘막걸리 붐이 올 것이니 대비하라.’
가양주 담그는 방법은 먼저 쌀을 씻어 불려야 한다. 쌀을 깨끗한 물에 여러 번 씻은 후, 여름에는 약 1시간 정도, 겨울에는 약 2시간 정도 불린다. 그리고 대바구니나 체에 약 30분 동안 받쳐, 쌀에 있는 물기를 빼준다.
그다음은 술밥을 쪄야 한다. 찜통에 천을 깔고 그 위에 불린 쌀을 가지런히 넣고 김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30분 정도 찐다. 이후 찐 술밥은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미지근할 정도로 식혀준다.
이제 준비된 용기에 물을 붓고 누룩과 효모를 용기에 넣고 수저로 잘 풀어준 다음 식힌 술밥을 넣고 재료들이 잘 섞일 수 있도록 다시 저어준다.
숙성 시 발효 온도는 20~25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한다.
대개 숙성 1일 차에는 발열 현상이 있고 탄산가스가 왕성히 발생한다. 알코올 도수로는 3~5도 정도 된다고 한다. 2일 차에는 알코올 도수가 5~10도 정도로 올라간다. 3~4일 차에는 열 발생이 거의 없고 탄산가스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과실향 같은 게 나기도 하며 알코올 도수는 8~12도 수준이다.
5~6일 차에는 알코올 11~14도 가량 되며, 7~8일 차에는 고두밥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알코올 도수가 13~16도 가량 된다.
믹서기를 이용해 분쇄 또는 고운 채반을 사용하여 건더기만 거르고 우윳빛 술에 물 3분의 1가량과 설탕 등 감미료를 기호에 맞게 첨가 후 냉장고에 3일 정도 보관하면 탄산가스가 발생하여 청량한 탁주를 맛볼 수 있다.
약주로 마시려면 건더기를 거른 우윳빛 술을 냉장고에서 1~2일 저장한다. 이후 맑은 술을 뜨고 나머지 밑부분은 여과하며 여과된 술에 약간의 레몬과 올리고당을 넣어 마시면 좋다.
지난 1주일간 숙성이 잘 되게 저어주면서 좋은 술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쌓여만 갔다. 그리고 물과 곡식, 누룩과 효모라는 단 4가지의 재료로 이렇게 오묘한 맛을 내는 술이 나올 수 있다니…. 자연의 위대함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었다.
대구 태생인 배 회장은 경북대 농예화학과를 졸업한 뒤 1952년부터 대구에서 기린주조장을 경영하며 기린소주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1955년에는 ‘이화’ 약주를 생산했고 1960년에는 쌀을 원료로 한 ‘기린소주’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진짜 우리 전통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리고 궁하면 통한다고 했을까!
배영호 대표가 중학교 때쯤 배 회장에게 칭찬받기 위해 헌책방에서 조선시대 주류 관련 책을 찾아 드렸다. 그리고 그 책에는 백하주법이라는 흰쌀을 가루 내 술을 빚는 방법이 쓰여 있었고, 그걸 본 배 회장은 연구개발을 거쳐 1982년 ‘생쌀발효법’을 만들었다. 이후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특허’를 취득하고 이듬해인 1983년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을 창립했다.
배 회장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내세울 만한 우리 술이 없다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본격적인 전통주 제조를 시작했다. 이후 1991년 ‘백세주’를 개발해 맥주·소주로 대변되던 주류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생전에 ‘우리 농촌이 선진국 농촌처럼 자생력을 갖추려면 농업과 가공을 연계시켜야 한다. 농사 짓는 사람이 제대로 된 술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인재 육성에 힘써왔다. 전통술 개발을 통한 남은 농산물 해결을 위해 정부에 수시로 건의해 왔으며 농민이 발효산업 특히 양조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막걸리 붐이 본격적으로 일던 2010년에는 서울 양재동 배상면 주류연구소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양조교육을 실시했으며 무료 교육에 지방에서 상경한 교육생에게는 숙박비까지 지원했다. 훗날 많은 양조인력이 배상면 주류연구소에서 육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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