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동행 끝나다…전주 KCC 연고지 이전에 시민들 ‘허탈·분노’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전북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SOC 예산 삭감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뉴스1전북취재본부>는 올 한 해 전북을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해 3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프로농구 KCC의 연고지 이전설이 결국 현실이 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8월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부산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지난 2001년 5월 대전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한 KCC는 연고지를 전북 전주로 옮겼다. 대대적인 환영 속에 전주에 입성한 KCC는 그 동안 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결정으로 KCC는 더 이상 전주실내체육관이 아닌 부산사직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전주시민, 팬들과의 22년 동행도 마침표를 찍었다.
농구단을 잃게 된 전주시는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다. 졸속 결정이다”면서 “KCC 구단은 연고지 이전설을 언론에 슬며시 흘린 뒤 보름 만에 군사작전 하듯 KBL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와 협의는커녕 통보도 없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구단의 입장은 달랐다. 최형길 KCC 단장은 “전주시와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시끄러웠다. 구단은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후 깊은 고민 끝에 연고지 이전을 최종 결정했다. 연고지 이전의 원인은 전주시에 있다”고 반박했다.
책임을 둔 공방도 이어졌다. 사실 KCC 연고지 이전에는 체육관 건립 문제가 컸다. 실제 KCC는 연고지 이전 이유를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는 등 홀대와 신뢰 문제 등을 내세웠다.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한 전주실내체육관은 지난 1973년에 지어진 만큼, 시설 노후화 등으로 환경이 열악했다. 이 때문에 KCC는 2016년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기려 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은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직접 찾아가 체육관 신축을 약속했고, KCC도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전주시의 이 같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전주시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육상장과 야구장 건립을 추진했고, KCC가 홈구장으로 기대하던 체육관 공사는 진척이 더뎌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실내체육관 부지를 소유한 전북대가 국책 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2025년까지 체육관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전주시는 뒤늦게 2026년까지 새 체육관을 완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KCC는 부산 이전이라는 강수를 뒀다.
연고지 이전 소식을 접한 팬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KCC를 지키지 못한 전주시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다. 실제 당일 전주시청 홈페이지(누리집)는 연고지 이전에 불만을 가진 팬들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한 때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시청 담당과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KCC의 오랜 팬이었다는 최모씨는 “그동안 KCC는 1970년대에 지은 구장을 쓰고 있을 만큼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올해 신축 체육관을 완공하기로 했는데 3월 기공식 이후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A씨(29)도 "KCC는 전국구 인기구단일뿐더러 농구팀 중 유일한 호남 연고지 팀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구단을 잃게 됐다"면서 “전주시가 야구 2군 경기장 설립을 이유로 체육관 신축 약속을 번복하고, 멀쩡히 이용하던 체육관을 비우라고 하는 등 엉터리 행정을 이어간 모습을 보면 내가 구단이었어도 기분이 상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체육단체는 물론이고 시민사회 및 경제인 단체도 잇달아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KCC 이전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전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에서 갈등을 불러오기도 했다.
KCC 연고지 이전 문제는 최근 열렸던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이국 전주시의원은 “전주시가 기본적인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다. 신뢰할 수 없는 도시 낙인이 찍혔다”고 질타했다.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바꾸면서 전북을 연고로 둔 프로스포츠팀은 축구팀 전북현대모터스FC 1곳만 남게 됐다. 현재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둔 프로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빠른 시일 안에 KCC를 대신할 또 다른 프로팀이 생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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