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미래]④ 양념 버무려진 속 넣기만 하면 되네… ‘문화·체험’된 김장
재료 손질부터 양념장까지...체험 마케팅 인기
지난달 10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 매일유업이 건강한 먹거리와 쉼을 주제로 꾸민 이 곳에서 올해 첫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이 이날 시작됐다.
6만평 규모의 농어촌 테마공원인 상하농원 속 작은 건물 안에 들어가자, 절인 배추와 파, 그리고 양념된 김치 속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한류 스타로 유명세를 탔던 한 배우도 이날 김장 체험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매일유업은 상하농원에서 배추, 갓, 무를 재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밭으로 나가서 이 작물들을 뽑는 것으로 체험이 시작됐다. 푸른 얼굴의 배추와 상하농원 직원이 눈 앞에서 수확해준 갓도 챙겼다. 직접 뽑은 농작물들을 품에 안고 건물로 돌아와 깨끗이 씻었다.
수확 이후엔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됐다. 진행자의 안내로 처음으로 김장 하는 법을 배웠다. 절여놓은 배추를 한 잎씩 갈라 들고 김치 속을 한 칸 한 칸 채워넣었다. 이곳에서의 체험은 ‘귀찮고 힘든 건 다 뺀’ 김치 담그기였다.
라텍스 장갑을 끼고 상하농원에서 준비해 준 양념된 김치 속을 배추에 넣고 바르기만 하면 됐다. 김장이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졌다. 직전에 밭에서 뽑은 무도 큼직하게 썰어서 양념 장에 비볐다. 포기 김치와 한 봉투에 석박지로 담가서 넣었다. 총 5㎏의 김치를 담갔고, 3일 후 택배로 받을 수 있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김장에 사용된 젓갈, 천일염, 마늘 등 속재료는 웬만하면 다 고창에서 난 우리 농산물”이라며 “배추도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치 담그기 체험은 상하농원이 내세우는 ‘유기농’ ‘친환경’ 키워드와 잘 맞닿아있다는 인식을 줬다. 유기농 공법으로 빵·잼·햄을 만드는 공방이 군데 군데 있었다.
목장에서 풀을 먹는 양들과 당나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내 농장엔 아기 돼지와 산양, 염소, 병아리, 기니피그 등에게 먹이를 줄 수 있었다. 이 같은 농장 구성과 체험이 어우러지며 김치를 담그는 것도 ‘이색 놀이’처럼 느껴졌다.
이어 닷새 후 열린 동원F&B의 김장 체험에도 참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김장 체험을 중단했던 동원F&B는 올해 3년 만에 이를 재개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20분을 달려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동원F&B 공장을 찾았다. 50~60대 여성 8명 사이에서 김치를 담갔다. 상하농원에서 했던 김치 담그기가 놀이에 가까웠다면, 동원의 프로그램은 ‘진짜 김치가 필요해서’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총 10㎏의 김치를 담갔다. 겉절이, 포기 김치, 석박지 등이다. 양념을 버무린 김치 속, 절인 배추, 무, 갓 등이 모두 준비돼 있었고,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김치 담그기를 시작했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년 여성들의 솜씨가 워낙 능숙하고 빨라 뒤처졌다. 혼자 남아 김치 속을 넣고 있자, 주변에서 바라보던 공장 근로자들이 다가와서 안타깝다는듯 김치 속을 함께 넣어줬다.
미국 국적의 이미애(61·과천)씨는 “코로나 전에도 동네 친구들과 나들이 삼아 동원의 김치 담그기 체험에 참가해왔는데, 다시 열렸다고 해서 왔다”며 “남편과 둘이 살고 있어 원래 살림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김치는 담가먹고 싶었던 차에, 여기 와서는 버무리기만 하면 김장 김치가 완성되니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상하농원이 ‘친환경’을 강조했다면, 동원F&B의 이 프로그램은 ‘동원에서 제조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내에 동원 공장에서 나온 햄, 소세지, 김을 양반 김치, 돼지고기 수육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식사 시간도 마련돼 있었다.
동원F&B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체험 마케팅 차원에서 김장 투어를 운영 중”이라며 “소비자들은 본인들이 먹는 김치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담가보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 맛을 구현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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