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최악의 영화 톱5[제7회 산딸기 영화제①]
티켓값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가 있다면 한국엔 ‘산딸기영화제’가 있다.
‘스포츠경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 개봉된 상업영화 중 국내 유수 매체 영화 담당기자 55명을 대상으로 제7회 산딸기영화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투표자 한명당 각 부문 3표씩 행사하며, 최악의 작품, 최악의 연기는 물론 배우·감독·영화관계자 포함 비매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최악의 매너’ 부문의 수상자(작)을 선정했다. 전년도보다도 더 치열하게 접전을 펼친 끝에 수상자(작)로 결정된 ‘산딸기즈’는 누구일까.
올해 ‘최악의 영화’ 부문부터 살펴보겠다.
■1위. ‘가문의 영광: 리턴즈’(34표)
올해 최악의 영화 1위로 수많은 경쟁작을 제치고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정용기)가 확정됐다. 지난 9월 21일 추석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작품이지만, 21년 전 나왔던 ‘가문의 영광’(2002)을 그대로 재촬영한 조악한 만듦새와 출연진의 엉성한 연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제작사 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정태원 감독은 기자들의 불호평 리뷰를 향해 ‘언론배급시사회를 안 했으면 서서히 죽어갈 수 있었는데 괜히 시사회를 해 총살당한 기분’이라는 희대의 어록을 남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를 ‘2023 최악의 영화’로 뽑은 득표수는 총 34표다. 55명 중 절반 이상이 뽑은 셈이다. 이유도 다양했다. 시대착오적인 감수성과 소재에 대해 지적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 영화 이후로 이 집안의 계보도 끝나길 바란다”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관객 모독 수준의 영화” “구닥다리 조폭 소재가 아직도 먹힐 줄 알았나. 명절에 공짜로 TV에서 해줘도 시간 아까워서 안 본다” “불쾌할 정도로 관객 수준을 무시한 각본, 2023년에 나와선 안될 최악의 저질 코미디로 빛바랜 시리즈의 영광” 등으로 서술했다.
엉성한 각본과 매무새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연출, 연기, 줄거리 모두 총체적 난국” “2002년에 나온 1편이 이 영화보다 더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 “말해 뭐하나. 먹던 피자가 새 판이 되어 나오고 오토바이 타고 가는 길마다 하늘 색이 바뀌는 기적! 상영시간을 견딘 나에게 박수를!” 등의 의견도 내놨다.
■2위. ‘독전2’(19표)
2위는 19표를 획득한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다. 지난 2018년 개봉해 520만명을 모은 ‘독전’의 미드퀄 속편으로, 이해영 감독 대신 백종열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고 서영락 역의 류준열이 빠진 대신 오승훈이 대타 투입돼 영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완성도·재미 면에서 모두 혹평을 받았다.
2위로 뽑힌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1편과 결이 180도 다른 ‘서영락이 만약 이선생이 아니었다면?’이란 전제를 내건 것에 반감을 표현했다. “백종열 감독님, ‘독전1’ 보긴 본 거죠?” “1편의 안티가 복수심을 갖고 만든 속편” “이건 1편에 대한 완벽한 모독” “잘 마무리한 ‘독전1’을 왜, 왜 그랬어요!!!!” “‘독전1’ 이해영 감독, 그리고 류준열에게 미안해야 할 듯” 등 지적을 쏟아냈다.
■3위. ‘웅남이’ X ‘치악산’(12표)
‘웅남이’(감독 박성광)와 ‘치악산’(감독 김선웅)이 나란히 12표를 얻어 3위에 올랐다. 두 작품 다 논란이 있었던 공통점도 있다. ‘웅남이’는 코미디언 박성광의 첫 상업장편 연출작이지만 훌륭하지 못한 연출력으로 혹평을 받았고, 그 중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란 이용철 평론가 한줄평 때문에 완성도완 별개로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또한 ‘치악산’은 제목을 두고 원주시와 갈등을 빚어 개봉 보다 더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웅남이’를 최악의 영화로 뽑은 이유론 “감독 데뷔를 통한 자아 실현은 응원하나 투자자들은 지켜보며 피눈물 흘렸을 듯” “편견 없이 봤는데 편견이 강화돼서 슬펐음” “망작을 망작이라 부르지 못하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을 꼽았다.
‘치악산’을 최악의 영화로 꼽은 이유론 “원주시와 상영 불가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게 민망하다. 보는 내 시간이 아까움” “숱한 잡음 말고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의 알맹이가 없음. 왜 만들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등을 들었다.
■5위. ‘보호자’ (11표)
공동 3위에 이은 5위론 배우 정우성의 첫 상업장편 연출작 ‘보호자’가 뽑혔다. 총 11표가 나온 이유론 “빈약한 서사에 추락한 몰입도” “스토리도, 캐릭터도, 연기도 있는 척 겉멋만 가득” “러닝타임 97분으 197분으로 느끼게 하는 마법” “제작비 80억원을 좀 더 좋은 곳에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뭘 본 거지? 안구 보호가 시급한 작품” 등이 나왔다.
그외 6위엔 ‘더 문’(9표)이 이름을 올렸다. “제작비 280억 원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작품성” “이 시나리오를 말리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을까? 최고 권력자가 듣지 않은게 아닐까?” “VXF에만 정신이 팔려 스토리텔링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안일한 연출력” 등의 의견이 나왔다.
7위는 천만 감독 이병헌 감독의 야심작 ‘드림’과 ‘청년경찰’로 한방을 날렸던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다. 각각 8표씩 얻었다. ‘드림’에 대해선 “천만 이병헌, 박서준, 아이유가 내놓은 게 이거라니” “박서준과 아이유 역대 최악 필모그래피” “2003년에 나왔어도 촌스러움” 등을 꼽았고, ‘멍뭉이’에 대해선 “파양 미화한 게 진짜 불편해” “무늬만 동물영화, 최악의 감수성” “이쯤되면 ‘청년경찰’이 대필이었을까” 등의 이유를 내놨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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