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나온다더니 감감무소식…애플, 신사업 전략은?
애플은 올해 매출액 감소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주가는 50% 가까이 올랐다. 성장 없이 주가가 오르다 보니 내년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올초 20배에서 30배로 껑충 뛰었다.
PER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애플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려면 성장세 회복이 필요하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를 토대로 애플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전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본다.
하지만 애플은 2014년에 헤드폰 회사인 비츠를 30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M&A에 나서지 않았고 애플이 M&A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일각에선 애플이 현재 고전하고 있는 월트 디즈니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문제는 테마파크와 유람선, 흔들리는 케이블 사업을 가진 2000억달러 규모의 디즈니를 애플이 굳이 인수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애플이 디즈니의 스포츠 채널인 ESPN을 인수해 애플 TV+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애플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ESPN은 스포츠 판권 비용의 급증과 케이블 가입자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기차회사로 시가총액이 8000억달러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팔 리도 없겠지만 아무리 애플이라 해도 지금은 인수하기에 규모가 너무 크다.
애플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고정식 자전거 회사인 펠로톤 인터랙티브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도 거론된다. 하지만 펠로톤은 규모가 너무 작아서 애플의 매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에릭 우드링은 대규모 인수는 애플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애플은 사업 인수보다 사업 구축을 원하기 때문에 대규모 M&A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매년 막대한 규모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지만 순현금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 순현금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의 유통 주식수는 25% 줄었고 애플의 순현금은 1630억달러에서 510억달러로 감소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015년에 애플이 2019년까지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년에는 현대차가 애플카를 생산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딥워터 자산관리의 설립자로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였던 진 먼스터는 애플이 자동차시장에 진출할 확률을 4분의 1로 보고 있다.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모간스탠리의 우드링은 애플이 자동차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에만 수십 개의 전기차 제조업체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극심한 전기차시장에서 애플의 "차별화 요인이 뭔지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애플카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애플의 매출액을 유의미하게 끌어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품 카테고리 중 하나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내년에 120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여전히 아이폰 한 품목의 매출액보다 적지만 애플의 매출액을 30% 증가시킬 수 있는 규모다.
아울러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통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애플은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아이폰을 통해 자동차 내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카플레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2022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속도부터 실내 온도 조절까지 운전석 전체 디스플레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선보였으나 이후 후속 조치는 공개된 것이 없다.
애플이 자동차 하드웨어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카플레이를 확장시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장악하려 할지 주목된다.
애플이 건강 및 웰니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간스탠리의 우드링은 애플이 애플 워치에 더 많은 건강 검진 기능을 부가해 의료기기처럼 만들 수도 있다고 봤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종종 인터뷰했던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기술 칼럼니스트인 월트 모스버그는 "애플은 위대한 신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것이 3500달러짜리 고글(비전 프로)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애플은 다르게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제2의 잡스 시대를 이끌어온 기본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의 유산은 서비스회사가 아니라 제품회사라는 것"이라며 애플이 비전 프로보다 더 매력적인 기기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합해 보여줄 수 있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올해 매출액 감소세에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2024년은 애플이 이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시험의 시간이다.
[애플의 차기 성장 동력은?]
① 성장 사라진 애플, 올해 주가는 50% 상승…더 오를 수 있을까
② 애플, AI 판도 바꿀 무기 개발 중?…가상현실 성패는 지켜봐야
③ 애플카 나온다더니 감감무소식…애플, 신사업 전략은?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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