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쌍천만·애니파워·반전흥망·마약스캔들…다사다난 2023 영화계

김선우 기자 2023. 12.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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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영화계는 올해 역시 힘든 한해를 보내야했다. 성수기로 꼽혔던 여름, 가을 시장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고, 스타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설상가상 충무로 간판 스타였던 유아인과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에 휩싸이면서 대중은 충격을 받았고, 나아가 이미 촬영을 마친 차기작들은 초비상 상태다. 모두가 합심을 해도 어려운 시기에 맞은 위기였다.

그러나 희망을 점친 한해이기도 했다. 새해를 맞기 전 1000만 영화 두편이 탄생하며 자존심을 지켰고,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김한민 감독)' 역시 박스오피스 1위로 순항 중이다. 새해에는 '외계+인(최동훈 감독)' 2부도 기다리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의 영화계를 결산해봤다.

◆ '범죄도시3'·'서울의 봄', '극장의 봄' 이끈 '1000만 영화'




상반기와 하반기 나란히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극장가 비수기에 일어난 1000만의 기적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는 1068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편에 이어 '쌍천만' 기록을 세웠다. 올해 개봉작 중 첫 1000만이자, 팬데믹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중 첫 1000만 영화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극장가의 활로를 연 고마운 작품이다.

그러나 긴 침묵이 이어졌고 또 다른 비수기인 11월, '서울의 봄'이 뜨거운 호평 속에 1000만 고지를 넘겼다. 작품 공개 이후 흥행이 점쳐졌지만, 어려운 극장가 상황으로 인해 손익분기점인 400만 돌파도 확실시 할 수 없었던 상황. 하지만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고, 손익분기점도 일찌감치 넘었다. 개봉 27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000만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서울의 봄'은 새해를 맡기 전 1000만 영화에 등극하며 기분 좋은 연말을 맞게 됐다.

◆ '롱런·팬덤·n차'의 힘, 애니메이션 강세




어느 때보다 애니메이션의 힘을 느낀 한해였다. 지난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479만 관객을 모으며 신드롬 열풍을 모았다. 영화 관객 뿐 아니라 팬덤을 형성하며, n차 관람을 유도했고 굿즈, 특전 등도 많은 인기를 받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후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상영관이 존재하며 장기 흥행의 저력을 보였다. 개봉 1주년을 기념해 상영관을 확대하는 등 존재감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에서도 입지가 단단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557만명을 모았다. 이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내한행사를 통해 관객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성원에 힘입어 1월 10일에는 특별판 '스즈메의 문다속: 다녀왔어' 개봉할 예정이다. 디즈니도 '엘리멘탈(피터손 감독)'로 체면을 지켰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의 감성 터치에 국내 관객도 공감하고 지지했다. 지난 6월 개봉 후 723만명을 기록하며 날씨 만큼이나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 스타감독·성수기도 비껴간 뼈 아픈 흥행 참패


더욱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 속에서 제 아무리 스타감독, 성수기 일지라도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극장가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여름시장과 가을 추석시장 역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밀수(류승완 감독)' 정도만 514만 관객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그나마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는 배우들의 열연과 엄태화 감독의 웰메이드 연출 속에 384만 관객을 모았다. 그외 '비공식작전'은 '신과 함께'에서 호흡하고 실제 절친인 하정우와 주지훈의 의기투합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05만명을 기록했다.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더 문' 역시 51만명에 그쳤다.

가을 시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수치적으로만 보면 더욱 뼈 아프다. '추석 빅3' 영화 중 가장 높은 관객수를 모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김성식 감독)'은 191만명을 모았고, '1947 보스톤(강제규 감독)'은 102만명을 동원했다. '거미집(김지운 감독)'은 제76회 칸영화제 진출작으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는 31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까지 거머쥐진 못했다.

◆ '작품성·흥행성 견인' 반가운 신인감독 활약


신인감독의 발견은 반가운 성과다. 유난히 거장 키즈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해였다. '봉준호 키즈'로 불린 유재선 감독은 데뷔작 '잠'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 이상수면 행동이라는 소재를 독특하게 풀어낸 '잠'은 76회 칸영화제에 초청됐다. 현지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는 후문. 이후 빠르게 9월 개봉, 147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인 80만도 거뜬히 넘었다. 정유미는 열연을 펼친 끝에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당당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봉준호·박찬욱 키즈' 김성식 감독은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로 입봉했다. '잠'보다 더 큰 상업성으로 전형적인 텐트폴 영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 옷을 입은 듯 날아 다니는 강동원을 비롯해 눈을 뗄 수 없는 CG까지 종합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화란'의 김창훈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김창훈 감독 역시 '화란'으로 76회 칸영화제 무대를 밟았다. 신예 홍사빈과 '믿보배' 송중기의 지원사격 속에 연출의 꿈을 펼쳤다. 관객수는 26만에 그쳤지만, 한국영화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 믿었던 '믿보배'의 추락, 마약 혐의 구설수


단단히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충무로가 사랑한 배우들이 연이어 마약 구설에 오른 것. 지난 2월 유아인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이후 대마, 케타민 등 8종의 마약 투약 성분이 검출됐고, 지난 12일 한번의 공판 연기 끝에 첫 공판이 열렸다. 유아인 측은 여전히 대마만 인정한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상황. 긴 법정 싸움이 예고된다. 유아인이 출연 예정이던 넷플릭스 '지옥2'는 김성철로 캐스팅이 변경됐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OTT 시리즈물 '종말의 바보' 등은 개봉 및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

하반기의 충격은 이선균이 장식했다. 그는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유흥업소와 유흥업소 실장 A씨 자택 등에서 마약 투약을 한 정황이 있다는 것. 하지만 이선균의 체모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선균은 23일 3차 경찰 소환 조사에 임했다. 이선균의 진실공방이 이어질수록 차기작 역시 속이 타들어간다. 드라마 '노웨이아웃'은 조진웅으로 캐스팅이 바뀌었다. 이미 촬영이 끝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행복의 나라' 역시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 개봉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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