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디즈니가 건네는 메시지는 꿈과 희망…영화 '위시'

오보람 2023. 12.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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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알라딘, 라푼젤, 겨울왕국, 주토피아….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키며 어린이들에게는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심어줬다.

암흑기도 있었다. 한때는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실패를 겪었고 캐릭터나 스토리가 고루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디즈니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를 꾀하며 이런 위기를 돌파했다.

'공주와 개구리'(2009), '모아나'(2016),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 '엔칸토: 마법의 세계'(2021) 등에서 다양한 인종의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공감대를 넓혀갔다.

여성 캐릭터는 백마 탄 왕자가 구출해주기를 기다리는 연약한 공주에서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는 주체적 소녀로 점차 바뀌었다.

크리스 벅·폰 비라선손 감독이 연출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의 주인공 아샤 역시 백인도, 공주도 아니지만 용기를 발휘해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다.

디즈니 100주년에 나오는 작품인 만큼 '위시'에는 디즈니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담겼다.

아샤라는 인물로 디즈니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스토리를 통해서는 미래 세대에게 메시지를 건넨다. 한 세기를 거쳐온 디즈니가 전하는 당부는 꿈과 희망이다.

영화 '위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비한 왕국 로사스를 배경으로 한다.

나르시스트 마법사 매그니피코 왕(목소리 연기 크리스 파인)은 백성들에게서 소원을 전달받은 뒤 때때로 몇 개를 현실로 이루어준다.

공평하지 못한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꿈이 좌절된 이들은 매그니피코가 언젠가는 자기 꿈을 실현해줄 거라 믿고 로사스로 이주한다. 왕국이 커짐에 따라 매그니피코가 관리하는 소원도 늘어간다.

총명한 소녀 아샤(아리아나 더보즈)는 왕을 돕는 견습생 자리에 지원한다. 매그니피코의 충실한 신하가 돼 곧 100세가 되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그니피코가 자기 마음에 드는 소원만 선택해 들어주고, 소원을 바친 사람들은 희망을 잃은 채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샤의 계획은 변동된다. 그는 탑에 갇힌 소원들을 풀어주기로 한다.

아샤의 간절한 부름을 받고 하늘에서 내려온 별과 귀여운 염소 친구 발렌티노(앨런 튜딕)가 이 여정에 합류한다. 아샤의 친구들도 그를 돕는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그간 대부분 디즈니 작품에서 소수의 사람이 악당에 맞서던 것과 달리 '위시'에서는 온 백성이 한마음 한뜻으로 독재자 매그니피코를 몰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민중 혁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해진다.

특히 아샤가 매그니피코를 고발하고 백성들이 이에 동조해 함께 '노잉 왓 아이 노우 나우'(Knowing What I Know Now)를 부르는 장면에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영화 '위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곡을 비롯해 대부분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는 귀에 착착 감긴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작곡가 벤저민 라이스와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등과 협업한 싱어송라이터 줄리아 마이클스가 앨범을 작업했다.

더보즈는 메인 테마곡인 '디스 위시'(This Wish), 파인과의 듀엣곡 '앳 올 코스트'(At All Cost) 등을 통해 가창력을 뽐낸다. 더보즈는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도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들려준 바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전통적인 2D 기법을 섞어 완성됐다. '백설공주' 시절의 예스러운 감각과 '겨울왕국'의 세련미가 조화됐다.

한국인 윤나라 애니메이터는 별 캐릭터를 작업했다. 한 살배기 둘째 딸이 온몸을 이용해 까르르 웃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한다.

북미에서 지난달 개봉한 '위시'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나폴레옹' 등에 밀려 흥행 면에서는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제81회 골든 글로브상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제29회 크리틱스 초이스상 장편 애니메이션·주제가 부문 후보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 내년 1월 3일 개봉. 95분. 전체 관람가.

영화 '위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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