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세계 무대 향해 힘찬 슛 날린 손흥민 

김경수 기자 2023. 12. 2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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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겸비한 ‘캡틴 손’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경제난 속 유일한 위안거리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어느덧 2023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 해는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올해는 유독 세계가 한국 스포츠의 힘을 인정한 해였다. 한국 야구 간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황금 장갑'을 수상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4억원)에 계약했다.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은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세계 1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손흥민 활약에 대한민국 함박미소

한국 축구는 어떨까. 24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2014년), 자카르타-팔렘방(2018년) 대회에 이어 3연패다. 20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인 손흥민이 빛난 한 해였다. 손흥민은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호 골과 함께 유럽 무대 통산 200호 골을 돌파했다. 대표팀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며 40골 고지를 밟았다.

시사저널이 독자들과 함께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인물' 주인공 역시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이었다. 운동선수가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린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더 나아가 밝은 내일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열망과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과 EPL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FIFA가 주관하는 푸스카스상(전 세계 축구 경기 중 가장 멋진 골에 수여하는 상)도 받았다. 현존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로 우뚝 서기까지

손흥민은 부친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과 모친 길은자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레 축구에 관심을 가졌다.

손흥민은 부안초-후평중-육민관중-동북고를 거쳐 대한축구협회가 진행한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에 선발돼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입성했다. 당시 함부르크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손흥민은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함부르크 1군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 데뷔했다. 이후 같은 리그 팀인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매 시즌 리그 10골 이상을 넣어 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2015~16 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에 입단해 9시즌째 EPL을 누비고 있다. 통산 285경기에 출전해 114골 5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현재 EPL을 대표하는 공격수가 됐다. 2021~22 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벌써 10골을 기록하며, EPL 역대 7번째 '8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사디오 마네, 티에리 앙리, 케인, 세르히오 아구에로,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 등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돼 리더십까지 증명하고 있다. EPL 레전드로 평가받는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전 첼시FC)는 손흥민을 향해 "최고의 프리미어리거 중 하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선수"라고 평가했고, 티에리 앙리(프랑스·전 아스널FC)는 "손흥민은 모든 위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 그는 토트넘에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줄 수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도 A매치 8경기를 치르며 6골 2도움을 터뜨리는 등 절정의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통산 116번의 A매치에 나서 41골을 쌓은 손흥민은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40골 고지를 넘어섰다. 바야흐로 손흥민 전성시대다.

2011년 강원도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당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오른쪽)이 부친 손웅정씨와 연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고의 멘토는 아버지 손웅정 감독

손흥민이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그 뒤에는 아버지의 헌신이 있었다. 손흥민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에게 직접 훈련을 받았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은 유년 시절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손흥민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13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혹독한 훈련을 거듭했다. 손흥민이 아버지와 함께 지옥 같은 훈련을 모두 견뎌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의 해외 진출 초반에 '손부삼천지교'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아들의 개인 코치에서 매니저 역할까지 자처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온갖 궂은일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아버지는 손흥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된 지금도 그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손흥민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손웅정 감독은 재능보다 '인성'을 강조한다. 도덕성이 바로 서지 않으면 기량이 좋은 선수는 될 수 있어도 훌륭한 선수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축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 재능을 뒷받침해줄 성실함과 겸손함이 갖춰져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손흥민은 현재 EPL에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 전 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인 축구계에서 월드클래스로 우뚝 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선정하는 발롱도르 투표에서도 11위를 기록했다. 16강에 진출한 지난 카타르월드컵 기간에는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합뉴스

세계 무대에서 새 기록 작성 중

이제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이 2024년 1월12일 카타르에서 열린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아시안컵을 앞두고 손흥민을 집중 조명했다. AFC는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주목할 선수로 선정하면서 "손흥민이 1960년 이후 한국의 아시안컵 첫 우승을 이끌 네 번째 도전을 위해 카타르로 향한다"고 언급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과 인연이 깊다.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인도전(4대1 승)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내년 카타르 아시안컵은 그의 네 번째 도전이다. AFC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아시아 대회에서 성공을 맛봤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64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다면 손흥민이 남긴 유산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선정 '올해의 인물' 1989년 창간 이후 35회째…'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
손흥민, 스포츠 인물로는 역대 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 선정…정치 한동훈·경제 정의선 등도 두각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은 손흥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경제, 팬데믹과 인구절벽으로 우울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폭풍 질주로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는 손흥민의 활약은 그나마 통쾌함을 선사하는 위안이었다. 

스포츠 인물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1997년 차범근 축구 국가대표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차 감독은 대한민국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면서 크게 각광받았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의 인물을 비롯한 총 9개 분야에 걸쳐 한 해 동안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들을 선정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각 분야별로는 정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경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회 신준호 안산지청 차장, 국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문화 한강 작가, IT·의·과학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연예 임영웅 가수, 스포츠 페이커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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