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서울의 봄’ 못할 뻔...韓영화 거품 빠진 뒤 되살아날 것”[인터뷰]
“韓 영화 역대급 위기 속상...관객탓 NO·내부부터 바뀌어야”
지난 21일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서 ‘분노 유발자’로 맹활약한 김의성을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라며 “하마터면 출연하지 못할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라며 농담 섞인 소감을 밝혔다.
김의성은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를 찍고 있었고, 수염에 다른 분장까지 세게 한 터라 말끔하게 슈트를 입고 그 시대 장관 캐릭터를 할 상황이 못됐다”면서 “감독님을 만나 뵙고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했는데, 기다려 주신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함께 하게 됐다”고 출연 뒷얘기를 들려줬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으로,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첫 영화다. 김의성은 극 중 당일 밤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총소리가 들린 직후 사라졌다 새벽녘에야 등장하는 국방장관 오국상 역을 맡았다.
그는 “분노 유발이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이지 않나. 이번 영화만큼은 워낙 더한 분노 유발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관객 분들이) 화를 내시면서도 웃더라. 다양한 반응을 보내주셔서 좋았고, 캐릭터에 대한 모든 건 시나리오 안에 있었다. 촘촘하게 (감독의) 설계된 설정 아래, 내 역할에 충실했고, 그 시너지가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며 연기 소감도 밝혔다.
김의성은 이 같은 상황에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라면서도 “헌법을 위반한 군사 반란을 소재로 다룬 거고, 역사적으로 선악이 분명하고, 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내린 죄를 다룬 이야기다. 논란이 될 여지가 있나 싶을 정도로 법으로도 판결난 명백한 사실이다. 논란이 되는 걸 보고 ‘군사 반란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네’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 영화가 좌우의 문제,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해석 자체가 가능한가요? ‘군사 반란’이라고 명시된 사건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해석이 바뀔 수 있나요? 그런 시각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죠.”
그는 현장의 순간들도 너무 좋았다고 했다. 김의성은 “사실 뻔하고 뻔한 사람들 아니냐. 이미 서로 너무 잘 아는 동료들이고, 관객들도 친숙한 얼굴들”이라며 “처음 현장에 갔을 땐 이미 촬영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는데, 반란군 배우들과 진압군 배우들이 나뉘었더라. ‘장관님, 왜 이제 오셨어요? 진압군에게 수모를 많이 당했습니다’라고 하더라. 진압군은 저에게 ‘왜 왔냐. 저리 가라’라고 하면서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배우들끼리도 과몰입해 아주 하찮은 광경이 만들어졌다. 재밌고 즐거웠다”며 웃었다.
“뭐라고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씁쓸하고 참담하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그는 “직장인데, 그것도 너무 좋아하는 직장이다. 그런데 구조 조정에 폐업 위기가 온 게 아닌가. 현실적인 의미 외에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를 정말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한 사람으로서 그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기회가 적어진다는 게 서운하고 슬프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드라마, OTT 등 또 다른 매력적인 (현실적인) 대안이 있긴 하죠. 이 업계의 상층부, 즉 주연급 스타들에겐 쇼크가 상대적으로 덜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힘든 실정이 맞거든요. 영화로 이 일을 시작한 저로서는 극장이라는 이 고향이 어려워진다는 것 자체에 우울감이 상당하죠. 팬데믹 때 극장 좌석에 거리두기 때문에 ‘액스 테이프’를 막 좌석에 붙여놨었잖아요. 그 광경이 지워지질 않아요.”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 영화계의 위기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의성은 “우리는 사실 안 힘든 적은 없었다. 항상 위기는 있었다. 업다운이 있을 뿐”이라며 “하향세와 팬데믹이 겹쳐 역대급 위기를 맞아 불안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설 거라고 생각한다. 호황 시기에 끼어 있던 거품들이 다시 빠지고, (함량 미달의 어떤 것들이) 정화 작업이 이뤄지면 잘 하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고, 보다 합리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건강한 성장을 위한 준비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호황 시기에 제작비, 출연료 등 터무니 없이 올라간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적정선의 제작비가 책정되고, 합리적인 노동 환경과 작업 시간이 유연하게 맞춰지면 그 결과물도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관객들이 영화를 안 본다고 뭐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티켓값에 알맞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의성은 “최근 관객과의 ‘쇼케이스’ 행사를 진행했는데 분위기가 그 동안 내가 참여했던 그 어떤 홍보 행사 보다도 가장 좋았다. 이 영화를 보고 싶고 좋아한다는 공기가 차있었다”며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는 “모두 이 영화를 처음부터 사랑한 게 느껴졌다. 나 또한 굉장히 애정하는 영화”라며 “1부의 부진에 속상한 마음이 컸다. 어떤 조롱섞인 폄하에는 많이 서운하고 상처도 됐지만, 동시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공감도 있었다. 이번 만큼은 영화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나뿐만 아니라 배우들 모두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최동훈 감독 역시 재편집도 마다하지 않고 혼신을 다했단다. 김의성은 “보면서 그 집념이 존경스럽더라. 최동훈 감독은 원래 그렇다. 그렇게 노력하는 감독이다. 이번에 특히 더 많이 놀랐다”며 “그만큼 2부는 자신있다. 1부에서 해소되지 않았던 모든 떡밥들이 해소되고, 캐릭터들의 서사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정말 충분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의성은 이처럼 ‘서울의 봄’으로 올해를 마무리 한 뒤 ‘외계+인’ 2부로 새해를 맞이한다. 배우가 아닌 직접 차린 ‘안 컴퍼니’ 대표 역할에도 최선을 다할 각오다.
그는 “지난 6년간 두 곳의 큰 소속사에 소속돼 있었는데, 배우로서는 안정되고 즐거움도 있지만, 영화인으로서는 좀 아쉬움이 많았다. 큰 회사의 나이 든 선배 배우라는 위치가, 나를 점점 더 소극적으로 만들었고 수동적으로 만들더라. 자유로움이, 본연의 에너지가 퇴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끼리 자주 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함께 모여 같이 좀 할 수 있는, 얘기도 하고 오디션 준비도 함께 하고, 업계에 의미있는 일도 모색해보고. 그런 뜨거운 마음과 욕구를 실현시키고 싶어 회사를 차렸고, 동료들과 이를 이루고 싶다. 노년 가장의 마음으로 열심히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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