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복합계 전고체 배터리, EV 게임 체인저 될까

2023. 12.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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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밀도, 가격, 안전성 모두 잡아

 전기차 관련 이슈에서 '화재'는 단골 소재다. 발생율은 매우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쉽게 진화가 어렵다. 이는 발화원이 배터리팩 내에 있는 탓이다. 동시에 요즘처럼 추울 때는 배터리 소진도 빠르다. 그래서 전기차 제조사는 물론 모든 배터리 기업이 화재가 없고 저온에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고체 전해질 배터리, 이른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진한다. 액체 전해질과 달리 고체 전해질 자체가 난연성 소재여서 화재 위험이 거의 없는 데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주력하는 것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다. 그러나 황화물은 수분 반응(황화수소 가스발생)에 대한 안정성 문제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고민이다. 사고 때 발생 가능한 황화수소가스는 독성 물질인 데다 주요 원소재인 리튬황(Li2S)이 아직 대량 생산 수준에 오르지 못해 전해질 소재 가격이 비싸다. 물론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에 나서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비싼 가격을 감당할 차종은 별로 없다. 
복합 고체 전해질이 적용된 전고체 전지(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그러자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흘러나왔다. 2026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이야기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했고 민간기업인 에이에스이티(ASET)가 대량 생산에 나서는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다. 상온에서도 높은 이온전도성을 가진 전고체 전지용 복합 고체 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복합'이라는 말처럼 이번에 개발된 것은 황화물계가 아닌 산화물과 고분자계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을 섞어 단점을 보완한 소재다. 화재 및 유독가스 위험 없이 전기를 배터리에 충분히 담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화재가 없으니 액체 전해질 방식에 적용되던 각종 폭발방지용 및 냉각 부품도 필요 없어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복합 고체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전지는 기존 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 한계(300Wh/kg)를 뛰어넘는 성능(310Wh/kg)을 이미 달성했다. 더군다나 에너지 밀도는 충분히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지를 구부리거나 잘라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롤투로 공정을 이용한 복합 고체 전해질(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중요한 것은 적정한 가격에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다. 민간 기업인 에이에스이티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점을 검증했고 2026년부터 대량 생산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SK온 등에서도 복합계 전고체의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둔다는 사실이다. 황화물계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를 개발 중인데 후자를 먼저 만들어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내세운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고체 배터리의 궁극을 황화물계로 분류한다면 복합계는 하이브리드 역할로서 전기차 시장의 확산제로 믿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의 배터리 공세가 거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CATL은 올해 9월까지 배터리 점유율을 36.6%까지 끌어올렸다. 완성차까지 만드는 BYD 또한 16%를 차지한다. 한국의 대형 3사(LG에너지솔루션, SK 온, 삼성SDI)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CATL을 넘지 못한다. 물론 중국의 주력 제품은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저가형이지만 한국이 매진하는 삼원계 확장에도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화재 위험성이 없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복합계 전고체 이차전지의 등장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에이에스이티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전고체 배터리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생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대량 생산이 쉬워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을 뒤로 밀어내고 다시 한번 글로벌 배터리 1위에 오를 기회가 만들어질 것 같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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