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어디에"…불감증·생명경시 드러낸 사건·사고들[결산 2023]

유재규 기자 2023. 12.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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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한 해가 저무는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각종 사건사고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남부 지역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자체의 제대로 된 점검이 없었던 탓에 교량이 무너지거나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으로 수십명의 시민이 뒤엉키는 아찔한 순간은 지금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6월8일 분당구 수내역 내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시민 14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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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출생미신고, 최원종 서현역 테러 피해는 무고한 희생자만
정자교 붕괴 사상,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안전점검 미흡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8월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수원·성남=뉴스1) 유재규 기자 = 2023년 계묘년 한 해가 저무는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각종 사건사고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남부 지역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자체의 제대로 된 점검이 없었던 탓에 교량이 무너지거나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으로 수십명의 시민이 뒤엉키는 아찔한 순간은 지금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반면에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모의 손에 유기되거나 버려진 영아들과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 흉기난동을 벌인 천인공노한 사건도 벌어졌다.

◇"생명존중은 어디에"…살인·유기 피해는 억울한 희생자만

지난 6월21일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소재 한 가정집 내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친부모였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친모에게는 살인죄를, 친부에게는 방조죄를 경찰이 각각 적용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자체 신고에 의해 밝혀졌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지난 5월25일 복지부에 알렸다. 지자체는 곧바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조사를 실시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2구' 사례를 계기로 경기남부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출생미신고 된 영아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신고가 안된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뒤, 지난 7월18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경기남부 지역에서 접수된 수사건은 252명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2015년 이전 영아 출생미신고 사례도 수사하기 시작, 총 153건 가운데 138건에 대해 수사 중이다.

영아 2명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친모 A씨가 지난 6월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이를 출산해 살해한 뒤, 이를 검은봉지에 담아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소재 자신의 거주지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다. 2023.6.3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 차량으로 돌진해 시민 5명을 들이받고 이후 흉기로 9명에게 휘두른 '최원종 차량테러 흉기난동' 사건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의 범행동기를 조사했지만, '특정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나의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 사람을 죽여 경찰의 관심을 끌어 나를 괴롭히는 스토킹 조직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만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다정한 아내이자 어머니인 60대 여성과 미대생의 꿈을 꽃피우려던 20대 여성이 숨졌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시민들은 더욱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유족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한 것은 지난 9월14일 열린 그의 첫 공판에 최원종은 "혐의 인정 여부는 향후 정하겠다"고 한 발언이다.

최원종의 공판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하고 있다.

◇"점검만 제대로 했어도"…사고 키운 '안전불감증'

'분당 정자교 인도 붕괴'로 2명의 시민이 사망하거나 다친 사고와 관련해 30년 된 교량이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었다는 사실이 논란을 빚었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4월5일 오전 9시45분 30년 노화된 정자교 인도 붕괴사고로 40대 여성이 숨지고 20대 남성이 크게 다쳤다.

2년 마다 진행되는 정기안전점검에 '양호' 판정인 B등급을 받았는데 사고로 인한 합동조사 결과, 오랜 부식에 적절한 보수가 없어 붕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관련자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 6월8일 분당구 수내역 내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시민 14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는 수내역 2번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했는데 오전 8시19분 출근시간 때라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발방지 차원에서 이뤄진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안전공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함께한 합동조사에서 '모터와 감속기를 연결하는 연결구가 마모돼 끊어졌다'는 결과를 내놨다.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에 대한 합동조사가 이뤄진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들이 현장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6.1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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