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한동훈 명예훼손'…유·무죄 가른 건 발언 시점

장한지 기자 2023. 12.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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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해소될 만한 시점' 기준 유무죄 갈려
法 "불법 사찰 오해한 시점의 발언은 무죄"
"허위사실 인지한 이후 비판 지속 시 비방"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12.2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장한지 기자 =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국민의힘 비상대챙위원장 지명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유시민(64)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1심에 이어 2심도 일부 유죄, 일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인과 달리 공인의 경우 비판과 견제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지속적·반복적인 비판이 이어진다면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유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유 전 이사장 측은 상고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24일, 2020년 4월3일과 7월24일 세 차례에 걸쳐 라디오와 유튜브 등지에서 한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모두 '한 전 장관이 자신의 어떤 비리를 찾기 위해 자신과 유시민재단의 계좌를 불법 사찰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12월24일과 2020년 4월3일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이사장이 잘못된 보고를 근거로 불법 사찰 등 사실을 '오해'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당일 검찰 측의 해명이 있었으나 이후에도 오해가 강화될 만한 뉴스가 보도됐기 때문에, 유 전 이사장은 오해를 해소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허위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유시민재단 사무총장의 잘못된 보고를 근거로 검찰이 유 전 이사장을 불법 사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인지 ▲허위의 인식이 있었는지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불법 사찰 논란 당시 한 전 장관이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적 인물의 경우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하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한 전 장관은 2019년 12월24일 당일에 한 해명 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0년 7월24일자 발언은 유죄로 판단했다. 유 전 이사장은 당시의 발언이 어느 정도 허위사실임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20년 5월21일 유 전 이사장이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된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보고서에는 유 전 이사장이 오해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서울남부지검도 2020년 6월8일 계좌 추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 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2020년 7월24일자 발언을 한 것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허위사실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것이라고 보인다"며 "이는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비판의 정도를 벗어나 피해자에 대한 심히 경솔한 공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7월 발언에는 '비방의 목적'도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 전체를 지칭하기 보다는 한 전 장관을 특정해 비판했다"며 "결국 피해자(한 전 장관)가 부정한 의도로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들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유 전 이사장은 검찰권 남용에 대한 공익적 비판이었다는 입장이다. 유 전 이사장은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장관을 개인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고 검찰권 남용이나 정치적 오용에 대해서 비판을 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일부 사실오인이나 작은 오류가 있었다고 해서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오해가 해소될 만한 시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토대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다면 '비방의 목적'이 인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형법 전문 김의택 변호사는 "공직자 등 비판과 견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무죄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오해가 어느 정도 해소될만한 상황이 발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명예훼손적 발언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와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어 유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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