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쥐꼬리에 집값도 ‘뚝’. 결국 주식이 답인가요?”…‘산타랠리’에 빚투 ↑ [투자360]

2023. 12.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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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시중은행에 인터넷은행까지 4%대 예금이 사라졌네요”, “돈 없어서 부동산 투자는 엄두도 못 내지만, 집값 떨어지는 것 생각하면 주식이 결국 답이란 생각도 드네요.”(온라인 투자 관련 커뮤니티)

연말 ‘산타랠리(성탄절 전후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장기간 계속됐던 조정장세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2차전지주(株)와 글로벌 업황 반등과 인공지능(AI) 투자붐에 주가가 우상향 중인 반도체주 등을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42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이 8조9989억원, 코스닥 시장이 8조4305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매매에 나서기 위해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빚투’라고 부른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빚투 규모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달 6일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3개월 전이던 지난 9월 21일 20조2308억원에 이르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6일 16조5767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한 달 반 정도 사이에 잔고가 8527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시장별로 살펴봤을 때 코스닥 시장의 빚투 규모 증가액이 6174억원으로 코스피 시장(2353억원)의 2.62배에 달했다.

빚투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이유는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내년도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투심을 크게 자극했다.

지난달 6일 대비 지난 20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10.39%(2368.34→2614.30), 10.35%(782.05→862.98) 올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액이 큰 종목들이 몰려있는 것으로 가장 눈에 띄는 섹터는 바로 2차전지다.

공매도 전면 금지 후 지난 2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선 삼성SDI에 대한 빚투 잔고 증가액이 542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밖에도 3위 포스코퓨처엠(349억원), 4위 LG에너지솔루션(347억원), 5위 포스코홀딩스(312억원), 6위 LG화학(252억원), 10위 포스코인터내셔널(143억원) 등 2차전지 주요 종목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위 종목들은 같은 기간 차례로 주가가 1.76%, 36.80%, 7.59%, 13.24%, 7.01%, 10.04%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해당 기간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빚투 잔고액이 각각 565억원, 467억원 늘며 1~2위를 나란히 차지한 가운데, 5위엔 포스코DX(203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의 상승률도 38.48%, 14.13%, 3.20%였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빚투 수급이 2차전지 관련 종목에 집중되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EV)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저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우려외국집단(FEOC) 발표 등 정치적 리스크도 이어질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대장주이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4분기 저조한 실적 지속이 예상되며 내년에도 수요 불확실성이 높다”며 투자의견 ‘홀드’를 제시했다.

다만, 2차전지주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망도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과 내년 연초 배터리 업종의 주가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내년 1분기 실적발표 기간이 지나고 전기차(EV) 판매량 전망치와 정책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주가 반등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내년 2차전지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라고 짚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초고성장 구간에서 안정구간으로 접어드는 과도기적 단기 성장통일 수 있다”면서도 2차전지 업종 내 무게중심을 소재에서 배터리셀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빚투세가 거센 또 다른 섹터는 반도체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에 자금이 몰리는 형국이다.

해당 기간 하나마이크론과 리노공업엔 각각 179억원, 174억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액이 증가하며 코스닥 6~7위에 올랐고, 이오테크닉스(150억원), 두산테스나(143억원)는 각각 9위, 10위에 자리했다.

반도체 소부장주에 투심이 쏠린 이유는 생성형 AI 챗봇 ‘챗(Chat)GPT’ 열풍으로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차세대 기술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로 이어지면서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반등 조짐이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까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발(發) 훈풍까지 더해지면서 AI 반도체 소부장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응용처 확대에 최적화된 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LLW(Low Latency Wide) D램 양산도 기대한다”고 설명했고,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사용처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PIM, HBM, CXL 등 다양한 기술은 중용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가에선 공매도 금지 이후 거래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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