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패대기' 후 4연속 득점, 김연경 소신 발언 "감정 억누르기보다 표출하는 게 낫다"

인천=김동윤 기자 2023. 12. 2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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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김연경이 2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포효하고 있다.
흥국생명 선수단이 2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완승을 이끈 김연경(35)이 코트 안에서의 감정 표현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았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홈경기에서 정관장에 세트스코어 3-1(25-17, 25-20, 13-25, 25-21)로 승리했다.

이로써 2연패를 탈출한 흥국생명은 14승 4패(승점 39)로 선두 현대건설(13승 5패·승점 41)을 2점 차로 추격했다. 한편 정관장은 3연패에 빠지면서 7승 11패(승점 24)로 봄배구 가능권인 3위 GS칼텍스(11승 6패·승점 31)과 격차가 더욱 벌어진 5위에 머물렀다.

이날 흥국생명의 홈구장 삼산월드체육관에는 시즌 처음으로 6150명의 만원관중이 찾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파도타기를 하는 등 두 팀의 경기를 즐겼다. 올해 V리그에서는 매진이 다섯 차례 있었고 그 중 3번이 흥국생명이었으나, 정작 홈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기 후 팬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던 선수단은 이원정, 박혜진이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컨디션 난조, 주장 김미연이 감기에 걸려 결장해 풀 전력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정관장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 쌍포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48.78%로 팀 내 최다인 22점을 올렸고, 최근 몇 경기 좋지 않던 옐레나도 공격 성공률 47.5%로 20점을 수확했다.

그중에서도 김연경은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6150명의 관중들을 만족시켰다. 1세트에서 자신에게 몰려드는 블로커들을 본 뒤 곧바로 옆에서 뛰는 이주아에게 토스해 속공 득점을 끌어내는가 하면 적극적인 백어택으로 정관장을 혼비백산하게 했다.

김연경이 2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김연경이 2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백미는 4세트 흥국생명이 10-9로 앞선 접전 상황에서 나온 분노의 패대기였다. 자신의 오픈 공격을 메가와티 파티위와 정호영이 막아내자, 김연경은 자신에게 돌아온 공을 바닥으로 내리꽂고 포효하며 자신의 아쉬움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공교롭게도 이후 김연경의 2연속 오픈 득점을 포함해 흥국생명의 4연속 득점이 이뤄지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고 그대로 흥국생명의 페이스대로 흘러갔다.

경기 후 해당 퍼포먼스가 의도한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말에 김연경은 "의도는 없다. 국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본인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이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솔직한) 감정들이 카드가 나오지 않는 선이라면 표출할 수 있다고 본다. 계속 화를 참지 못한다면 문제겠지만, 빠르게 풀리면 괜찮다. 또 내가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도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실 한국에서는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선수들의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편이다. 최근 들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보기 좋지 않다', '어린 팬들이 본다' 등의 이유로 속상함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이날 김연경의 퍼포먼스는 승부욕을 불태우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고, 팬들은 더욱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흥국생명 팬이 2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다.
김연경이 2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웃고 있다.

김연경은 "사실 최근 선수들이 기복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준비하는 건 비슷한데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 중요한 경기라 생각해 미팅도 많이 하고 잘 준비했는데 다들 잘해줬다"고 웃으면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을 때) 속으로 감추는 것보단 그냥 표출하는 게 나은 거 같다. 사실 이런 행동을 했다고 말이 나오는 게 이해는 되지 않는다. 난 감정을 억누르는 거보다 충실한 것이 더 좋다고 느낀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 배구에 변화를 주고 인식을 깨고 싶은 부분이 이것만은 아니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부임 후 흥국생명은 백어택과 파이프를 많이 활용하려 하고 있다. 국제 무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이날도 총 18번의 백어택이 나왔고, 옐레나는 후위공격 성공률 50%로 리그 1위, 김연경은 38.03%로 국내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김연경은 "(외국인 선수들이 대부분인) 아포짓 쪽에서 백어택 시도는 우리나라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국내 선수들이나 중앙 쪽 파이프 공격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 팀은 조금 다르게 하려고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파이프 공격을 많이 쓰고 있어서 우리도 그 부분을 접목하려 한다. 그래야 플레이도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훈련 반 이상이 거의 백어택이다. 더 많은 시도를 하면서 잘 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가면 갈수록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 들어 3일에 한 번 꼴로 전국 여기저기로 다니는 힘든 일정으로 상승세가 잠시 주춤한 상황이다. 여기에 옐레나가 12월 들어 멘탈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플레이 자체에 기복이 생겼다. 그런 만큼 더 이기고 싶었다는 것이 김연경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든든한 흥국생명 팬들이 있었다.

김연경은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힘이 됐고 감사했다. 이렇게 많은 팬이 오시면 선수들도 에너지를 느끼고 컨디션도 올라간다. 매 경기 이렇게 와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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