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찌그러진 초상화 17만원…몽마르트르 '그림 사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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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여행 온 미국인 메건(30)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몽마르트르를 거닐다 화가가 모인 테르트르 광장을 발견했다.
예술가 광장에서 반세기 동안 정부 승인을 얻고 그림을 그려온 로디카 일리에스쿠는 메건의 그림을 보자마자 "가격이 너무 뻥튀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은 이런 화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메건도 이 그림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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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에 여행 온 미국인 메건(30)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몽마르트르를 거닐다 화가가 모인 테르트르 광장을 발견했다.
그는 '예술가 광장'으로 불리는 이 광장이 잘 보이는 근처 식당의 테라스에 앉아 마카롱과 따뜻한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이때 한 남성이 "오 아름다우십니다"라며 다가와 메건의 초상화를 그려주겠다고 했다.
이 남성은 스케치북 위에 연필을 몇 번 쓱쓱 문지르고 색칠을 좀 하는가 싶더니 15분 뒤 메건에게 그림값 120유로(약 17만원)를 달라고 했다.
분명 초상화라고 했는데 메건이 보기엔 자신과 비슷하지도 않을뿐더러 눈도 찌그러져 있었다.
메건은 "너무 비싸다"고 항의했지만 이 남성은 그림을 그렸으니 돈을 달라고 우겼다. 현금이 없다고 하자 이 남성은 '친절하게' 근처 현금인출기로 데려가 돈을 뽑아 달라고 했다.
메건은 "제가 혼자 있어서 접근하기 쉬웠던 데다 흥정을 시도하지도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며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24일(현지시간) 메건의 사례를 예로 들며 몽마르트르에서 벌어지는 '그림 사기'에 주의를 당부했다.
18세기 말부터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유명 화가가 거쳐 간 몽마르트르는 지금도 화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특히 이 예술가 광장에는 늘 캔버스와 이젤이 놓여있는데 여기에서 활동하려면 캐리커처, 초상화 화가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두 명이 한 부지를 공유하며 올해 기준 321.31유로(약 46만원)의 연회비를 납부한다.
따라서 손님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려준다고 하는 이들은 사실상 '불법'이다.
예술가 광장에서 반세기 동안 정부 승인을 얻고 그림을 그려온 로디카 일리에스쿠는 메건의 그림을 보자마자 "가격이 너무 뻥튀기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가격은 우리가 통상 받는 가격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한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치도 그 돈의 절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은 이런 화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메건도 이 그림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식당 테라스에 앉은 관광객에게 접근해 '사기 그림'을 그려 강매하려는 화가들이 있다 보니 식당 측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광장 근처 한 식당의 종업원은 '메뚜기 화가'가 접근하면 손님이 거절하도록 유도한다. 그는 "이런 화가는 관광객에게 골칫거리"라며 "그들 중 일부는 행색이 별로거나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기도 하는데 손님이 이들 때문에 테라스를 떠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공인 화가들의 불만도 높다.
수십 년 동안 광장에서 일해 온 미다니 음바키는 "이들은 관광객이 도착하면 자기들 그림은 보여주지 않고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버리는데 때로는 200유로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이 그림값을 내지 않으면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모욕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화가들 때문에 광장이 점점 관광객에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불평했다.
구청은 이들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불법 화가를 퇴거시키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장비를 압수한다는 입장이다.
파리시 역시 몽마르트르를 담당하는 18구 경찰서에서 분기별로 열리는 운영그룹 회의에 참여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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