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병원 강제입원 적합심사 70%는 '서면으로만 심사'
입원 교차검증하는 '추가 진단' 대부분 같은 의료기관서 이뤄져…"의사 부족해서"
복지부 "결원 심각"… 5개 국립정신병원 전문의 충원율 36.5% 불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한 각 지역 국립정신병원의 비자의(강제) 입원 적합성 심사(입적심)가 대부분 서면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 의해 정신의료기관 등이 비자의적 입원을 시킨 경우에는 해당일로부터 3일 이내에 관할 입적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정신과 전문의, 법률 전문가,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질환자 가족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입원의 적합성을 판단한다.
25일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립정신건강센터·국립나주병원·국립부곡병원·국립춘천병원·국립공주병원 5개 국립정신병원의 최근 3년(2020∼2022년)간 비자의 입원 입적심 8만9천306건 중 서면조사로 진행된 비율은 67.1%(5만9천897건)였다.
5개 병원 중 국립부곡병원의 서면조사 비율이 76.7%(2만563건)로 가장 높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 66.3%(2만7천656건), 국립나주병원 60.2%(6천636건)로 뒤를 이었다.
입적심에서 부적합으로 의결돼 퇴원 등의 결정이 내려진 1천469건 중에서는 대면조사를 통한 건이 더 많았다. 복지부는 부적합 건 중 대면 비율이 60.9%였다며 입적심에서 대면조사의 중요성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입적심에서 오간 의견들을 적은 회의록 또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입적심 소위원회 의결 내용에 대한 발언 등 회의록을 작성하고 보존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심의 안건에 대한 위원 서명과 최종 의결서만 보관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장석용 교수는 "입적심 위원들은 비상근직이라 대면조사 건수를 늘리기는 어렵다"며 "간호사·사회복지사·작업치료사 등 상근으로 근무하는 면접조사원이 최소 1일 이내에 입원 대상자를 대면조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정신병원이 모니터링하는 '추가 진단 제도' 운영도 미흡했다.
현행법상 비자의 입원과 연장은 국립 정신의료기관이나 복지부 지정 기관에서 2차로 추가 진단을 거쳐 확정된다.
이때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가 교차 검증을 해야 하며, 인력 부족 등 부득이한 예외 상황에서만 같은 의료기관 전문의가 2차 검증을 할 수 있다.
국립정신병원은 관할 지역별로 입·퇴원 시스템을 상시 감시하며, 동일 의료기관 추가진단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 등을 살펴 복지부 점검으로 연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자의 입원을 결정한 의료기관이 '알아서' 자체 추가 진단한 경우가 과반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의 추가 진단건수 18만200건 중 1차와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건수는 10만672건으로, 55.9%에 달했다.
심지어 의사 1명이 1차 진단과 2차 진단을 혼자 진행한 것도 159건 존재했다.
이에 대해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의사 1명이 혼자 두 번 진단한 건은 퇴원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관할지역 내 지정 추가진단 의료기관들의 법 위반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립정신병원이 관리하라고 통보 조치했다.
이렇듯 입원 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국립정신병원의 의사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곽영숙 센터장은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기 때문에 외부 기관 출입이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출장을 가서 추가 진단을 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센터의 추가 진단 전담 인력은 3명인데, 다른 기관은 더 열악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감사에서 5개 국립정신병원 모두 공공 정신건강 의료체계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만한 인력 확보가 안 돼 "결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5개 병원에 근무하는 의무직 공무원(전문의)은 35명으로, 정원(96명)의 36.5%에 불과했다.
정원이 7명인 국립춘천병원은 한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0명'인 상태로 운영되기도 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경우 의사를 제외한 약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 충원율은 71∼100%였고,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의사 부족으로 2019∼2022년 4년간의 진료실적·병상가동률·진료수입 등 각종 병원 운영 주요 지표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환자 진료실적은 45만2천329명→19만7천271명, 병상가동률은 56.7%→26.6%, 진료 수입은 310억원→194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복지부는 민간 의료부문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과 코로나19로 인한 업무량 증가 등 근무 여건이 악화한 것을 의사 부족 이유로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의무직 기술서기관(전문의) 평균연봉은 1억1천만원으로, 의료기관 평균 연봉인 2억1천9백만원의 49.8% 수준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임기제 전문의 공무원 연봉을 인상하는 지원방안 등이 발표됐지만, 일반직 전문의 공무원은 아직 연봉 인상이 안 된 부분 등을 지적하며 인건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석용 교수는 "추가 진단 제도 같은 경우 불일치율이 1% 미만으로 업무 부담에 비해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된다"며 "추가 진단은 세계적으로도 시행하는 나라가 드문 만큼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없애고, 입원 적합성 심사 기능을 강화하거나 사법입원제 등을 도입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부단장을 지낸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상담수가 인상으로 공공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개원의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연봉을 현실화하고, 국립정신병원 정원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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