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PC’ 시대 열리니… D램·낸드플래시 수요 ‘껑충’
”D램 시장 규모 2025년 최고치 경신할 것”
”AI 학습 데이터 저장용 낸드 수요 확대 전망”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AI PC’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고성능 D램 뿐만 아니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낸드플래시 수요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AI PC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5세대 모바일 D램 LPDDR5와 LPDDR5x를 본격 지원하면서 D램 수요처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AI가 학습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등의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HP 등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인텔과 AMD의 AI용 CPU를 탑재한 AI PC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AI PC는 PC에서 생성형 AI 기능을 쓸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로 기기가 수집한 정보를 클라우드와 연계하지 않아도 연산이 가능해 처리 속도가 빠르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 작업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텔은 코어 울트라가 AI 노트북 230여종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오는 2025년까지 AI PC 1억대 보급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2% 감소한 1억6700만대에 그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AI PC 교체 수요에 힘입어 3.2% 증가한 1억72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 AI 서버에서 엣지 디바이스까지… 확대되는 D램 수요처
AI PC 출시에 고성능 D램의 수요처가 서버에서 스마트폰과 PC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과 AMD의 최신 AI용 CPU는 5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5와 LPDDR5x를 지원한다. 두 제품은 이전 세대인 LPDDR4와 LPDDR4X와 비교할 때 제품 가격이 10~20%가량 비싸다. 그 동안 출시됐던 일반 보급형 노트북은 대부분 LPDDR5의 이전 세대인 LPDDR4와 LPDDR4x를 지원했다.
현재까지 D램 관련 고부가 제품 판매는 AI 서버용으로 활용되는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3)의 비중이 높았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이 생성형 AI를 개발하며 발생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다. 이렇게 개발된 생성형 AI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개별 탑재되며 모바일용 고부가 D램인 LPDDR5와 LPDDR5x의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D램 시장의 성장세도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0개 글로벌 PC 업체들이 내년 상반기부터 인텔 울트라코어를 탑재한 PC 250종 이상을 출시할 것”이라며 “AI 시장 확대로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어 2025년 글로벌 D램 시장은 1040억달러(약 135조원) 수준으로 직전 최고치인 2021년 935억달러(약 122조원)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 온디바이스 AI, 낸드 시장에도 활력 불어넣을까
AI PC 출시에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데이터를 지속 저장할 수 있는 낸드 기반 저장장치의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서버와 연동되지 않는 기기 특성상 이를 대신할 저장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디바이스 AI에 필요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SSD와 UFS 등 낸드로 구성된 저장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PC 등 온디바이스 AI 수요가 증가할수록 낸드의 중요성도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도 “온디바이스 AI 탑재 흐름에 따라 학습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낸드 사업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에 따라 이달부터 D램과 낸드 수요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김동원 연구원은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이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재고 소진이 일단락되며 내년 상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C, 스마트폰 고객사로부터 D램과 낸드 주문이 큰 폭으로 증가해 주문량이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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